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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사라진 자리

by 돌레인

결국 남동생은 엄마를 찾아오지 않았다. 며칠 전, 엄마의 카톡과 전화로 “추석에 잠시 들러 차만 마실 테니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지만, 당일은 물론 엄마 생신이었던 다음 날까지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엄마가 이사 온 주소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누나 집 근처’라고만 알고 있을 텐데, 정말 엄마의 안부가 궁금했다면 나에게라도 연락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점점 괘씸해졌다.


남편은 “굳이 뭘 만나느냐”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뭐라도 먹고 갔으면 해서 전날 사둔 송편을 오전에 엄마 댁에 놓고 왔었다. 이튿날, 엄마 생신이라 미역국을 끓이려 건너갔더니, 엄마는 “오지도 않고 아무 연락도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저 허탈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조차 들지 않았다. 이젠 동생에게 더는 일말의 기대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그때 확실히 알았다.


이제 남은 건 그저 씁쓸한 포기뿐, 하지만 그 포기 속에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기대를 내려놓으니, 내가 지켜야 할 사람과 마음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도, 마음이 닿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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