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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마음으로

by 돌레인

다음 주면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받으신다. 미리 처방받은 약을 살펴보니, 내가 챙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술 3일 전부터는 두 가지 눈약을 하루 네 번, 5분 간격으로 넣어드려야 하고, 수술 후에는 눈약이 하나 더 늘어나며 경구약까지 추가된다. 여기에 평소 복용하시는 약까지 챙기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도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기운을 차려 내가 해낼 수밖에 없다.


엄마 댁이 걸어서 20분 거리라지만, 아침부터 취침 전까지 혼자 모든 걸 돌보는 건 현실적으로 버겁다. 그래서 수술 3일 전부터 한 달간, 현재 비어 있는 시어머니 댁으로 엄마를 모셔오기로 했다. 아무래도 수술 후 1~2주 동안은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아, 일상생활에서도 내 손길이 절실할 테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요즘 엄마는 어제의 일은 물론, 방금 전 했던 말도 금세 잊어버리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분고분하신 편이다. 같은 질문을 수십 번 반복하실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지만, 이내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온다.


분노와 죄책감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하루하루 조금씩 지쳐가지만, 그럼에도 나는 버티며 엄마를 돌볼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결국 나일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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