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백내장 수술이 아주 깔끔하게 잘 끝났다.
집도한 원장님이 김안과에 계셨던 실력 있는 분이라 믿음이 갔다. 엄마의 연세와 초기 치매를 고려해 정부 지원의 원거리 단초점 렌즈를 선택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이상이 없어 안심이다.
수술 3일 전부터는 아침 일찍 엄마네로 가서 눈약을 넣기 시작했다. 하루 네 번, 정해진 시간을 지켜 눈을 세정한 뒤 5분 간격으로 두 가지 약을 넣었다. 걱정했던 것만큼 힘들진 않았다. 날씨가 좋아 엄마네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수술 이틀 전에는 간단히 짐을 챙겨 시어머니 댁으로 엄마를 모셔왔다. 그 전에 시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 들러 한 달 후에 뵙겠다는 인사를 드렸다.
수술 전날, 엄마가 엄마네서 샤워하고 싶다고 하셔서 다시 엄마네로 가 더 필요한 짐을 챙기고, 집안 정리까지 말끔히 마쳤다.
드디어 수술 당일.
안과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돌아올 때를 생각해 차를 가져갔다. 예약 시간인 9시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의 왼쪽 눈 검사를 시작으로 몇 차례 동공 확장 약을 넣었다. 수술 준비가 끝나자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셨고, 나는 회복실에서 기다렸다.
느리게 흐르는 30분 후, 눈에 붕대를 붙인 엄마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들어오셨다. 회복실에서 잠시 눈을 붙인 뒤 집에 가고 싶다 하셔서 귀가했다. 수술은 전혀 아프지 않으셨다고 했다. 밤에는 무의식 중에 눈을 만질까봐 보호용 플라스틱 안대를 하고 주무셔야 했다.
이튿날, 수술 경과를 보러 다시 안과를 찾았다.
붕대를 떼고 검사를 하자, 나빠졌던 시력이 생각보다 좋아졌다고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엄마도 멀리까지 아주 맑게 보인다며 기뻐하셨다. 혼탁한 오른쪽 눈과 비교가 되니 더욱 신기해하셨다. 바로 다음날이 오른쪽 눈 수술이라, 약을 헷갈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두 번째 수술 날엔 엄마가 처음보다 훨씬 긴장하셨다.
검사와 준비를 마치고 수술실로 들어가신 뒤, 회복실로 돌아오신 엄마는 눈앞에서 칼 같은 도구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여 너무 무서웠다고 하셨다. 오른쪽 눈의 시력이 더 좋아 그랬던 듯하다. 그럼에도 꼼짝하지 않고 잘 버티신 엄마가 정말 대견했다. 나라도 무서울 텐데 말이다.
오늘은 수술 후 나흘째 되는 날이다.
오른쪽 눈의 붕대까지 떼어내자 엄마는 그야말로 개안한 듯 모든 게 선명하게 보여 새로 태어난 것 같다셨다. 다행히 눈시림이나 뻑뻑함, 충혈, 빛 번짐 없이 회복이 순조롭다.
여전히 하루 네 번, 시간 맞춰 세 가지 눈약을 점안하고 경구약도 함께 복용 중이다. 물에 닿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어 세수나 샤워는 피하고, 물 없이 사용하는 샴푸와 바디클렌저로 닦아드리고 있다. 하루 종일 라디오만 듣다가 어제부터 제한적으로 TV 시청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잘 가서 그런지 엄마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수술 후 첫 진료는 오는 금요일이다.
그때까지는 지금의 하루 루틴을 잘 지켜가면 된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참 길고 조심스러웠지만, 엄마의 눈앞 세상이 다시 맑아진 것만으로도 모든 수고가 보상받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