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횡 Aug 11. 2024

내 마음의 무게 추는 어디에

며칠 전에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이 하나 있었다. 다큐 3일의 한 에피소드 중 일부를 잘라서 올린 영상이었다.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배에 함께 올라탄 PD가 그 배의 선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선장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어요?'


그러자 선장은 이렇게 답한다.


'왜 또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제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이후 선장은 자신이 국문학과에 가고 싶었다고 말하며 시를 몇 줄 읊는다.


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은 듯 이 영상은 상당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감명을 받고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더 궁금해져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보던 중 갑자기 한 기억이 떠올랐다.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다. 고등학생 때 친구와 포켓볼을 치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의 실력이 나보다 월등하여 한참 밀리고 있었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공을 치려는데 공의 위치가 애매하여 어떻게 쳐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공의 정중앙을 치되 마음으로는 왼쪽으로 보낸다고 생각해'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공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친구가 했던 말만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친구의 말을 듣고 사실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공을 왼쪽으로 보낼 거면 그냥 처음부터 왼쪽으로 가게 치면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왜 정중앙을 치고 마음으로는 왼쪽으로 보내라고 생각하라는 거지?


나는 약간의 의심이 들었지만 나보다 잘하는 친구였기에 친구말을 믿고 그대로 공을 쳤고, 공은 거짓말처럼 홀 안에 쏙 들어가며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아직도 참 신기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다시 영상내용으로 돌아오면, 댓글들의 반응 중에는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국문학과를 가지 못했어도 이미 시인처럼 살고 있다'


40년을 어부로 살았어도 마음으로는 항상 문학을 가리키며 살았기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몸은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문학을 갈구하며 문학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조금 더 긴 길이의 영상을 보면 선장님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시처럼 느껴진다.  


나는 궁금해졌다. 내 마음이 향하고 있는 곳, 내 마음의 무게 추가 기울어진 곳은 어디일까? 아직 모르겠다. 선장님이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던 것은 마음속에 문학이라는 나침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한 나침반이 없는 듯하다. 그저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방향이 정확하지 않다면 멀리 나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 그것을 그려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인지하고 노력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예고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