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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일간의 동행 그리고 이별...(8)

먼 길을 돌아 마주한 1년여 만의 가족모임

"가족이란 따뜻한 울타리"

해가 바뀌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마치 꿈을 꾸듯 몽롱함 속에서 참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버지 항암치료의 본격적인 시작과 폐암말기라는 예기치 못한 병환에 대한 치료방법과 향후의 대응계획에 대한 상의도 하고 무엇보다 다시 한번 하나 된 우리 가족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 급히 형제들 간에 제안되고 마련된 새해 신년회 겸 주말 가족모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기꺼이 아이들과 집사람을 데리고 주말 깜깜한 밤을 기분 좋게 한 걸음에 내 달려 나는 포항 고향집으로 내려왔다. 이번 방문은 마치 오랜 시간 고향과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며 객지에서 돈을 벌고 일을 하다 모처럼 새해를 맞아 부모형제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 본가를 찾은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돌아보아도 그동안 나도 우리 가족들 모두가 참 몸도 마음도 힘들고 먼 길을 돌아 어렵게 마주한 1년여 만의 가족모임자리라 그런지 기대감과 행복감에 나에게는 더 큰 의미와 흥분으로 다가오는 이번 모임이었고 기분 좋은 고향방문 길이었다. 그래서인지 내려오는 내내 인생파노라마처럼 그간의 힘들고 외로웠던 일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그래 다들 이러고 사는 것이 정상이고 당연할 거야! 우리 집만 특별할 것도 없고 이상할 것 하나 없다는 흐뭇한 생각만이 스며들듯 떠올랐다. 그 어떤 집도 가족들 간에 늘 기쁘고 좋은 일들만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고 행복만이 유지된다는 것도 요즘 같은 변화된 세상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2018년 새해는 우리 가족과 형제들에게는 나쁜 일도 좋은 일도 공평하게 균형을 맞추며 공존하는 정말 큰 전환점이 되는 특별한 한 해의 시작이라 해도 과한 말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을 전해 듣고도 새해부터 밀린 업무처리를 좀 정리하고 내려오느라 서울에서 늦게 출발하게 되었고 저녁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해야 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누나는 괜히 휴게소 밥 먹지 말라며 기꺼이 맛난 추어탕과 싱싱한 회를 한가득 정성껏 준비하여 저녁상을 준비해 두고서 어디쯤 오고 있냐고 몇 번을 체크하고 물어봐 주었다. 큰 형님도 작은 형님도 우리가 내려온다는 소식에 일찍부터 집에 와 있는 모양이었다. 저만치 고향집이 눈에 들어오고 환하게 불 밝힌 모습을 보니 묘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쉬지도 않고 4시간여를 내달려 힘들게 도착해 가족 모두에게 크게 환대를 받듯 기분 좋게 고향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가슴이 쿵쾅대고 설레기까지 하였다.    


엄마는 날도 추운데 언제쯤 우리가 올까 싶어 진작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시고, 누구보다 그간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큰형수님과 작은형수님 두 분도 우리가 도착해 짐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들어서자 문 앞에서 환하게 웃어 보이며 서방님! 어서 오세요! 동서도! 멀리서 운전해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하며 따뜻하게 반겨주신다. 큰 형님과 작은 형님과는 너무 오랜만이라 엷은 미소로 형제간에 말이 필요 없이 악수 한 번으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모든 것이 해결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정리되어 버린다. 이미 우리 집에는 조카들 몇을 빼고는 막내삼촌 내외까지 대부분의 우리 가족들이 우리 서울 식구를 반겨주었다. 무엇보다 패딩점퍼를 입고 거실 소파에 조금은 힘없이 앉아 계시던 아버지도 환하게 웃어 보이며 기분 좋고 반가운 인사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가족들 모두와 행복한 오랜만의 인사를 나눈 것이다.


그렇게 새해 첫 일요일 점심에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행복한 식사와 기분 좋은 가족모임을 가졌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4형제 모두와 조카들도 그리고 막내삼촌네까지 모두가 모였다. 그렇게 참 힘들고 먼 길을 돌아 우리 가족이 다시 마주한 행복한 시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식사를 하면서도 온통 시선은 아버지에게로 가있었고 항암치료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특히나 그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내가 상담하고 온 정밀 항암계획과 내용들도 그간의 과정들도 충분히 가족들에게 설명해 드리고 앞으로의 항암 관련 일정도 진행방법도 가족들과 상세히 이야기 나누며 서로가 해야 할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가족은 늘 이렇게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자 존재들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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