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사 야근에 대한 고찰1

by 땅콩쨈

나는 4년 차 직장인이다.


취업이 안된다고 부모님 앞에서 밥 먹다 말고 닭똥 같은 눈물을 보이던 취준생이, 언제부터 내일 연차 써서 신난다고 맥주부터 찾는 지경에 이른 걸까.


나의 첫 직장은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중소 컨설팅사였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성지이자, 동일 구획에 가장 많은 저가 커피집이 몰려있는 곳.


건물 지하 통로들이 식당가로 연결되어 있고, 식당-카페-식당-카페 숨 쉴 겨를도 없이 빼곡히 붙어있다.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우리는 너희를 집에 보내지 않겠어.' 하며 농성하는 것 같았다.


농담이었으면 좋겠지만, 근무했던 약 1년 반 중에서 1년 4개월 정도는 야근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 야근'의 수준과는 물론 전혀 개념이 다르다.


컨설턴트의 숙명은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 또한 컨설턴트의 숙명이므로, 기존 고객과의 RFP에 맞춰 일을 하고, 새로운 제안서를 매일같이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영업, 기획, 생산, 품질 등 보통의 회사에서는 부서별 R&R이 명확하다. 하지만 컨설팅 조직에서는 이러한 R&R이 부서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뚜렷이 부여되지 않는다. "너도 컨설턴트, 나도 컨설턴트. 내 일은 곧 네 일. 내가 퇴근을 못했는데, 네가 어떻게 하지?"


업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퇴근하기 눈치가 보여서 남아있다가 일을 받는 경우도 있고 제안 시에 애당초 현재 인원으로는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을 제안서에 부풀려서 작성했다가, 참으로 불행하게도 수주가 되어서(?), 다 같이 울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밤 10시가 넘으면 택시비를 지원해 줬는데, 이왕 늦은거 편하게 가자는 느낌으로 다들 10시까지 일하다 가는 분위기였다. 가장 심할 때는 목요일 9시에 출근했다가, 금요일 저녁 12시에 퇴근해 본 적도 있다.


약 39시간 연속근무랄까.

(참고로 대한민국의 법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이며, 사용자와 근로자 간 합의 시 1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물론 난 사용자와 그런 합의한 적 없다.)


금요일 18시까지 제출기한인 용역을 그 주 월요일부터 준비했으니 당연지사 시간은 부족했고, 나 포함 10명 가까운 팀원들이 간의 급속노화를 느끼며 제안서를 제출했다. 심지어 제출하고 회식까지 했다.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나름 취업했다고 서울까지 올라왔는데, 3,200 연봉에 월세 55만 원 빼고 생활비 빼면 정말 남는 게 1도 없었다. 가족도 남자친구도 놔두고 취업해 보겠다고 올라왔는데, 도저히 볼 면목이 없었다.


5평짜리 원룸에 누워서 매일 밤 생각했다. '나 여기서 뭐 하고 있지'


가산동 명물 수출의 다리 위에서, 퇴근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