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피아노 방랑기 7

사일런트 시스템을 달았지만...끝이 아니었

by 아마도 아티스트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에 사일런트 시스템을 장착하고 나서, 정말 연습을 많이 하게 될 줄 알았다. 밤에도 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일런트 시스템을 이용해서 밤에도 연습하다가, 점점 빈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피곤해서? 혹은 의지력 부족?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또 하나 원인이 있었다. 사일런트 시스템을 장착한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사일런트 시스템 덕분에 밤에도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일런트 모드로 해놓고 칠 때 헤드폰으로 들리는 소리가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사일런트 시스템 제조사에서는 좋은 기종의 피아노 소리를 녹음해서 담았다고 홍보하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 본래의 소래와 너무 달랐다. 건반의 터치감도 처음 설치했을 때는 아마도 흥분해서 그랬는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문제가 느껴졌다. 터치할 때 느낌이 건반에 따라 들쑥날쑥했고, 점점 반응 속도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사일런트 모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건반의 터치감이 미세하게 둔해진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피아노 내부에 사일런트 모드 작동을 위한 부품들을 새로 설치해 놓은 것이 건반의 작동에 영향을 주는 모양이었다. 원래 내 업라이트 피아노의 건반 터치감이나 소리에는 만족했던 터라, 사일런트 시스템을 장착하고 나서 일단 차이를 한 번 느끼고 나니 점점 예민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기껏 돈 들여서 사일런트 시스템을 장착해 놓고도 기대했던 것처럼 밤에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았고, 점점 더 전자음처럼 들리는(사실 전자음이 맞기는 한데도) 사운드와 둔한 터치감에 불만이 커져갔다. 내가 시험을 쳐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어찌됐든 그 피아노로 밤에도 연습했겠지만, 그저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사람인 내가 오랫동안 고심해서 장만한 야마하 업라이트에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사일런트 시스템 사용시 건반 터치를 조정하는 일은 일반 피아노 조율사가 할 수는 없고 시스템 설치 기사가 해야 한다. 그래서 AS를 신청해 '사일런트 시스템' 조율을 다시 했다. 어쿠스틱 피아노도 평소 해주시던 분이 아니라, 유명 콘서트홀과 피아니스트들이 사용하는 피아노를 조율하는 분을 수소문해서 새로 조율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새로 온 조율사는 피아노를 조율하고 나서 내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사일런트 시스템을 장착했으니 어느 정도 터치에 변화가 생기는 건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원래 어쿠스틱으로 나온 피아노에 나중에 사일런트 시스템을 붙여서 그래요. 처음 공장에서 만들 때부터 사일런트 시스템을 달고 나온 거는 괜찮아요."

오 그런 거였어? 사일런트 시스템을 처음부터 달고 나온 피아노라면...그것도 야마하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임윤찬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 자유로움과 담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