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무림사건,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회성록
윤석열의 2024년 12월 3일 계엄은, 1979년 박정희 피살에 따른 계엄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즉, 45살 이하의 사람들은 윤석열의 계엄이 첫 경험이다. 두 번 이상 계엄을 경험한 사람이 매우 적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것도 자의식을 지닌 20대 언저리의 나이에 대학생으로서 첫 계엄을 경험한 뒤 다시 60대 중반에 두 번째 계엄을 경험한 사람은 휠씬 적다.
최근 계엄을 두 번 경험한 사람들이 쓴 책이 간간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이 문학평론가 김명인(전 인하대 교수) 씨가 쓴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김명인 회성록>(돌베게, 김명인 지음, 2025년 6월)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이 두 번의 계엄 사이에 놓여 있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잘 포착해 낸 것 같다.
물론 애초 저자가 두 계엄 사이에 놓인 45년간의 한국 사회 변화를 그리려고 이 책을 쓴 건 아니다. 저자 김 씨는 유신 말기 서울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핵심 인물이다. 1980년 12월 11일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 첫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김 씨는 이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2년 7개월 정도 옥살이를 했다.
시위를 주동한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시위 때 뿌린 '반파쇼학우투쟁선언'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그가 작성했다. 공안 당국은 시위 그 자체보다 유인물에 적힌 내용, 즉 전두환 파쇼정권을 타도하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여 장기적인 변혁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빌미 삼아 서울대 지하서클 중심의 학생 운동권 궤멸 작전에 나섰다. 이른바 '무림 사건'이다.
김 씨는 2020년 열린 재심에서 무림 사건으로 받은 유죄가 무죄로 확정되면서 이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내기로 한 관련자들의 뜻에 따라,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1980년에 있었던 무림 사건이라는 학생운동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기록하되, 하나의 좌경용공 범죄에서 정당한 시민적 저항 행동으로 그 공식적 평가가 바뀌기에 이른 40년 동안의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한 인간의 생애의 굴곡이라는 맥락 속에서 재해석해 낸다'는 게 애초 집필 취지였다. 집필 당시에는 윤석열의 계엄은 전혀 '상정 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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