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지키는 나라, 탄핵, 윤석열, 계엄
'민주주의의 적'이자 '헌법의 적'인 윤석열을 진압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그가 헌법을 유린한 지 만 1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그가 2024년 12월 3일 밤, 몽상 병 환자나 저질렀을 법한 얼토당토않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전 국민이 경악했다. 그리고 많은 시민이 국회로 달려갔다. 동원된 군경도 적극적으로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런 속에서 국회가 11일 만에 그를 탄핵소추했다. 이때만 해도 내란 진압이 순조로운 듯했다.
그러나 탄핵소추 뒤 헌재에서 탄핵 재판이 착수되자, 내란 세력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한덕수, 최상목 등 연이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은 자들이 교묘하게 태업(사보타주)를 했다. 이에 발맞추어 내란 추종세력인 국민의힘을 비롯한 친윤들이 발호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는 전광훈, 손현보 등이 이끄는 '태극기 극우세력'이 전위대로 나섰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 세력은 윤석열의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해 서울서부지법을 점거해 난동을 부렸다.
탄핵 재판을 하는 헌재에도 이상기류가 흘렀다. 2월 25일 11차 변론과 양쪽의 최종변론을 마쳤으나, 2주면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침묵이 이어졌다. 헌재의 '변비 증세'에 탄핵을 철석같이 믿고 기다리던 시민들을 폭발 직전까지 갔다. 주위에 불면증에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드디어 4월 1일 선고일이 4월 4일로 잡히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내란 획책 122일 만에 파면됐다. 헌재 재판 112일 만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은 두말할 나위 없이 광장에서 밤을 새우고 때로는 단식하며 내란 진압에 힘을 보탠 민주 시민들이다. 하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내란 우두머리를 법률로 단죄하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온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17명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이다. 이들은 국회 탄핵소추위원(정청래 국회법사위원장)과 최기상, 박범계, 이춘석, 김기표, 박균택, 박선원, 이성윤, 이용우(이상 더불어민주당), 박은정(조국혁신당), 천하람(개혁신당)으로 이뤄진 국회 탄핵소추단을 대리해, 헌재 법정에서 헌법으로 '헌법의 적'을 물리친 전사들이다.
<국민이 지키는 나라>(푸른숲,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위원 법률 대리인단, 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지음, 2025년 7월)는, 이들이 헌재 법정에서 싸우고 증명하고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 심판 이야기다. 법률대리인단을 대표를 맡았던 김이수 전 헌재 재판소장 권한대행,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광범 변호사 등 3명의 대표, 실무팀장을 맡았던 김진한 변호사(증거조사팀장)와 장순욱 변호사(본안준비팀장)을 비롯한 14명의 변호사가 각기 헌재 재판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최후변론을 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탄핵소추위원으로 탄핵 소추단과 대리단을 이끌었던 정청래 위원이 소회와 탄핵소추 요지, 감사의 말을 붙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탄핵 소추단이 기록한 윤석열 탄핵 재판 기록의 '정본'인 셈이다.
다 알다시피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노래 가사를 인용한 장순욱 변호사의 최종변론문이 가장 유명세를 치렀다. 딱딱하고 논리적인 글쓰기에만 능할 것 같았던 법조인의 감성을 파고드는 변론문이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17명 변호사의 최종 변론문 모두가 감동적이다. 진실을 담은 글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17명의 글을 읽으면, 그들의 생각과 광장에 나갔던 시민의 생각이 서로 정확하게 공명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시민의 마음을 헌법이라는 프리즘으로 걸려 법정에서 정확하게 대변했고, 승리를 쟁취했다. 그들의 최종변론문을 읽어보면, 헌재의 결정문도 이들의 변론문을 흡수하고 가공해 나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헌재 결정문 중의 '시민의 저항과 군인의 소극적 대응'이라는 문구도 이미 이들 변호인들이 변론 과정에서 수차례 썼던 말이다.
17명+1명의 글을 모은 것이라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내 나름대로 그들의 회고문 중에서(최종변론문 제외)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구절을 하나씩 골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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