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방정식
수업이 끝난 교실엔 묘한 정적만이 남는다. 산 정상에서 이산 저산을 옮겨 다니며 반복해서 돌아오는 약한 메아리의 잔상처럼.
'허무로 뭉쳐진 버거운 일상일까.'
답답한 내 감정이 교실 공기 전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칠판 위엔 오늘의 문제들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고, 책상마다 미처 풀지 못한 문제와 마음이 놓여 있다.
누구의 마음과 표정도 예측할 수 없다. 누군가는 웃으며 교실을 나섰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가방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나를 지나쳤다. 흐를 시간을 겨우 견뎌 낸 듯한 얼굴들도 있다. 그 친구들의 발걸음은 어쩐지 가볍게 느껴진다. 어쨌든 하나, 둘씩... 모두 교실을 빠져나갔다
하루의 마지막 종이 울리고 나면, 공기마저 무거워진다. 아니, 좀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그 공기가, 한참 동안 내 어깨에 머문다.
문득 아이들이 했던 말이 다시 들려온다.
“선생님, 이거 꼭 해야 돼요? 몰라도 되는데...”“답만 알면 안 되나요? 풀이 과정이 왜 이렇게 복잡해요?”
웃으며 넘겼지만, 오늘 그 말이 환청으로 유난히 크게 들린다. 어쩌면 나도 같은 질문을 마음속에 되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쉽게,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는 없는가.'
정답이 있는 문제보다 어려운 건, 마음의 방정식이다. 수학 문제는 계산으로 풀리지만,
사람의 마음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늘 그 아이들의 표정을 다시 계산하고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답을 찾으려 애쓴다.
수업이 끝나도, 가르침과 배움이 멈추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건 오히려 마음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의 틈새에서 아이들이 남긴 빈자리를 통해 나를 배우고, 그들의 침묵 속에서 내 감정을 복기한다.
정답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른다.
내일 또 칠판 위에 쓸 첫 문장은, 아마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마음에도 해답이 있을까.”
길을 찾지 못해 다시 헤매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나 또한 여전히 경계에 서 있다. 길의 좌우 어디도 선택하지 못한 채 오늘도 그 경계에서, 매듭을 바라만 보고 있다.
정답을 찾는 것보다 어려운 건, 마음의 방정식이다.
"정답이 아닌 마음을 배우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