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편견덩어리

by 진서니

편견덩어리는 나였다.

“진은 30대 초반으로 보여요”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칭찬하는 뉘앙스로 상대방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기분이 좋았고, 능청스럽게 “아, 20대는 아니군요?”라고 받아쳤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젊어 보이는 것, 동안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70이 넘은 우리 아빠도 어딘가에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오면, 하루 종일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공부를 하다가 이러한 말들이 젊으면 좋고, 나이 들면 나쁜 것이라는 편견이 무의식 중에 깔린 말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에이지즘, 즉 나이 차별의 개념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나의 언어와 사고에 이렇게나 배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번 주는 본격적으로 시니어를 디깅 해보는 주였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공부할수록 부끄러움이 올라왔다. 나이 차별이 담긴 말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볼 때마다 발견되었다. “애기 입맛” “이 나이 되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 등 무의식적으로 했던 말들에서 만연한 차별적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세상 밖에 나올 때, 이런 차별적 시선이 담긴 언어가 없는지 돌다리를 두 번, 세 번 두드리며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나이가 든다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도 꽤 많은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액티브 시니어 대상 취미를 찾아주는 ‘오뉴’, 시니어들의 소모임 플랫폼 ‘오이’, 중년여성을 위한 여행 커뮤니티 ‘노는법’,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 자체로 콘텐츠화 해주는 FOCC, 유언장 정리 플랫폼 ‘망고하다’, 중장년층을 위한 강의 놀이터 ‘큐리어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했다.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즐겁게,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좋은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취지에서 시작했을 거라는 생각에 응원의 마음이 샘솟는다. 사례들을 보며,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8월 초에 수민이랑 어떤 시니어가 되고 싶은 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떠올랐다. 나는 <그레이스 앤 프랭키>의 프랭키 같은 자유로운 할머니를 떠올리며 ‘귀여운 할머니’라고 답변했고, 수민이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지혜를 나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에는 우리의 세대만 존재하지 않았다. 여전히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결국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이 지금의 시니어도 원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세대 상관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쌓아온 지식들과 지혜를 들려주는 모습.

글로벌에는 시니어를 다양한 세대와 연결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디즈니 회장이었던 아이스너는 결국 아이와 노인은 함께 케어해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가 후원하는 서비스 중에는 젊은 세대들이 사이버 조부모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이 편지로 조언을 해주는 비영리 서비스도 있었다. <MSV의 시니어 편>에서도 세대가 함께 머물며 서로의 지식과 결핍을 채우는 사례가 있었다. 선행되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니 가슴이 뛴다. 구체적인 형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의 나이 든 모습을 생각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키가이! 아침에 눈 뜨는 이유가 있나요?

일본 오키나와는 전 세계에서 장수 인구가 가장 많은 5대 블루존 중 하나이다. 오키나와에 장수 인구가 많은 이유를 찾다 이키가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이키가 ‘삶’, 가이가 ‘보람’이라는 뜻인데, 삶의 가치, 즉 살 이유를 뜻한다. 하지만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마다 정원에 물을 주는 것, 매일 손주를 데려다주는 것 등이 그들이 생각하는 이키가이 중 하나였다. ‘아침에 눈 뜨게 하는 이유’를 만든다는 것이 이 문화의 시작이라고 한다.

시니어들의 이키가이 모먼트를 생각하다 요즘 아침에 눈 뜨는 것이 전혀 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각을 하면 만원 씩 모으기로 한 규칙이 무색하리 만큼 아침이 반갑고, 출근길이 설렌다. 친구와 공부한 것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어느새 3-4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관심 있던 주제를 더 공부하고 알게 되는 재미, 우리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상상하는 재미에 시간이 지났음을 알리는 것은 오직 나의 배꼽시계이다. 나의 배꼽시계는 보통 11시 20분쯤 울린다. (꽤 정확해서 수민이가 많이 놀라고 있다. ) 그리고 오피스 주변의 맛집들을 매일 하나씩 타파한다. 배우는 즐거움, 꿈을 좇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까지 누리니 아침에 눈이 떠질 수밖에 없지. 가까운 공원까지 산책을 하고 잠시 머리를 식힌 뒤, 또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한다. 완벽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시니어들도 이렇게 즐겁게 일하는 경험이 있었을까? 그들이 젊었을 때는 일주일에 6일 일을 했다고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출근을 했을까?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이 무엇이었을까? 문득 궁금하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마음처럼, 시니어들도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이키가이를 발견하고, 그들의 삶에 작은 긍정적 울림을 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시니어 브랜드를 만드는 홍대표와 남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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