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새
... 내가 열 살 쯤이었을까...
따뜻한 봄날이었어....
벚꽃이 아름답게 서정적으로 흩날리는...
햇살이 눈부시고... 공기가 포근했던...
그런 날이었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난...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소풍을 갔어....
집을 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삭막한 건물과 빌딩들이 즐비하던 곳에서, 어느새
눈앞엔 초록빛 잔디가 마냥 싱그러운 풍경이 펼쳐졌어.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날이 생생히 다가오지.
벚꽃이 만개해 온 공기가 달콤한 향에 취해 있던 그날을... 초록빛 잔디의 향연을....
상쾌한 공기가 우릴 반겼어.
연분홍 솜사탕 벚꽃이 우릴 반겼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잔디가 우릴 반겼어.
싱그러운 바람이 우릴 반겼어.
에메랄드 빛 하늘이 우릴 반겼어.
귀엽게 지저귀는 작은 새들이 우릴 반겼어.
아빠는 공원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셨어. 입가엔 살짝 미소가 담겼어.
"이찬아, 네가 오고 싶다던 피그닉 오니 좋지? 오늘 아빠랑 즐겁게 놀자!"
그렇게 아빤 날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어.
우린 송골송골 돋아난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바구니에 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어.
엄마가 손수 만든 김밥...
오이를 싫어하는 날 위해 대신 맛살을 넣어준...
그리고 계란 샌드위치... 음료수...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과일까지....
우린 동그란히 앉아... 엄마가 손수 만든 김밥... 샌드위치... 과일을 먹었지....
음식을 먹었지....
엄마의 정성을 먹었지....
따뜻한 햇살과 벚꽃 향기, 눈부실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그날도 함께 먹었어....
너무 달콤해서.. 제발 그 순간이 사라지지 않길 바랐어....
함께 사진도 찍었어.
"이찬아! 카메라 봐야지."
잠시 한 눈 판 사이, 엄마는 내 이름을 부르셨어.
하나... 둘... 셋... 찰칵
그날의 햇빛, 공기 그리고
아빠, 엄마의 환한 미소...
그 모든 게 좋았어.
마치 해맑은 영혼이 깃든 미소와 함께 눈부신
그날의 눈을....
가족의 추억이 한아름 담겨 있었지. 행복이 담겨 있었지.
그 해맑은 눈과 환한 미소를 매일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부모님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부모님이 원하는 건 다 해주고 싶었어.
그래... 그땐 그게 정말 나의 진심이었어.
그 뒤로 난... 부모님의 기쁨 새가 되었어.
기쁨을 전하는 새.
아주 작고 가냘픈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