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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기가 내려갔다

by 수근수근

수근수근문화일기 두번째

일시 : 2025년 10월 14일(화)

장소 : 경기도 평택시

2025 대한민국 지역문화대전-제40회 전국향토문화공모전 향토문화 논문(자료) 부분 우수상 - 상장.jpg


2011년 평택문화원 입사 이후 나는 항상 체한 상태였다. 나의 가슴을 갑갑하게 만든 체기의 정체는 바로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전국향토문화공모전’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평택문화원 학예연구사로 입사한 나는 ‘응당 문화원의 학예연구사라면 이런 공모전에 입상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건방진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변명하자면 능력도 부족했거니와, 일에 치여 살면서 공모전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런 변명을 스스로 하면서 매년 공모전을 지나치며 체기를 쌓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체기를 더 강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바로 2018년 2월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할 수도 있다’에서 ‘해야 한다’로 명제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해의 공모전을 또다시 뒤로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체기를 해결하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제출일을 앞두고 주제를 잡고 자료를 찾고 몇 장을 쓰긴 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해 제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원고를 묵히고 마무리하지 못한 채 지나간 해가 여러 해였다. 그러다가 올해는 그 논문을 끝내 완성했다. 물론 이번에도 제출일 직전에 급히 쓰느라 완성도는 부족했지만, “떨어지면 다음에 다시 보강하자”는 생각으로 제출했다.


가끔 결과가 어떻게 났을까 하고 주최 측 홈페이지를 찾아봤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상을 준다면 먼저 연락이 올 줄 알아서, 한동안 연락이 없으니 떨어졌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공모전을 잊고 있던 어느 날, 단톡방에서 누군가가 내 수상 소식을 알려주었다. ‘우수상-황수근.’ 평소 공모전에 관심이 많던 지인이 올린 글이었다.


이 공모전 논문 부분에는 다섯 개의 상(대상·최우수상·특별상·우수상)이 주어진다. 나는 간신히 끝에 걸쳐 우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상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를 갑갑하게 만들던 체기가 한순간에 ‘쑤~욱’ 하고 내려갔다.


물론 누구도 나에게 공모전에 나가 입상하라는 압박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입사했을 때부터 ‘학예연구사라면 그래야 한다’는 나 스스로의 체기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 하나의 체기를 이렇게 내려보냈지만 아직 나에게는 다른 체기들도 남아 있다. 이번처럼 남아 있는 체기들도 언젠가는 차근차근 내려갈 것이다. 그 과정이 바로 내가 평택문화원의 학예연구사로 살아가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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