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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슬아 Jul 06. 2023

나는 곧잘 자만심에 빠진다.

2017년 10월 9일

나는 곧잘 자만심에 빠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문에 학창시절,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대체적으로 인간관계에서의 실수들인데, 당시에는 내가 자만과 겸손의 그 중간을 택해야할 이유도 몰랐거니와, 일단 자만하고 있다는 자각 조차 없던 시기였다.  


 어린시절 또래들 사이에서 이기적이라는 주변의 평을 들을 때가 있었는데, 대학에  들어간 후, 관심을 두지 않던 두어명의 선배들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내 이마에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다. 그에 나는 딱히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말들에 상처를 받지 않았던것은 아니다. 그저 어린 시절 비슷한 내용의 내 뒷담화에 익숙해져왔던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때도 그 전에도 나에대한 일부 또래들의 한결같은 평가에, 무엇이 원인인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그 원인을 내 스스로가 나에게 돌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존경하는 은사님과의 대화에서 나는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그것은 나의 성향에 관한 사실이었는데,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하는 것은 너를 질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사회적으로 반응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알려주는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네 자신이 알고 있기를 바란다.”

“이기적인것과 자기중심적인것은 그 성질이 비슷한데, 그 둘과 자기몰입이 강한  것은 조금 다르다. 관찰자들에 따라 그들을 나누기도, 혹은 전혀 구분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 그 세가지를 전부 이기적이라 결론 짓는 경우가 많지. “


 고등학교 때 유난히 마음을 끌던 친구가 있었다. 말도 걸어보고 그 친구가 처한 상황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십여년이 지난 후에야 그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주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네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정말 놀랐다”는 것이다. 주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니! 내가 그랬다고? 아니, 나는 충분히 그리고 열심히 주변에 물들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무슨소리냐며 손사레를 쳤다.


 그래,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몰랐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온 12년간의 학창시절 동안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의 사건은 나에게는 없는 일이었다. 없는 일로 “친것”이 아니라 정말 없었다. 대학때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때문에 나는 항상 그 누구보다 소문에 둔하고 느렸다.

이기적이라 평가되어왔던  나의 성격은 그 때문이었다.


“내가 나에게 너무 몰입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나를 너무 사랑하고 존중했다. 그냥 나는 의식하지 않고도 단지 내가 내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게 자만하기 쉬우며, 겸손을 잃기 쉽다.


스물 넷 정도. 취직에 별다른 의욕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를 재단하고 사회의 책임을 질 만큼 어른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취직의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할 수있겠다. 어쨌든 그때 즈음, 딱히 그렇다할 취업준비는 하지 않은 채 적당히 들어간 적당한 작은 회사에선 그 자만심 덕분에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지 않고 당당하게 사표를 썼다.


“지금 알고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도 지금, 보통의 서른하나를 살 수 있었을텐데. 보통의 서른하나—회사에 가고 월급을 받고 저금을 하고, 가끔 있는 신나는 주말에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술잔도 부딪혀보고 결혼도 생각하고 예쁜 가정을 꿈꿔도 보고 그런 보통의, 그렇지만 충분히 행복하고 고단한 것—와 다른 생활에 불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텐데. 하루에도 수없이 자책과 자기 연민에 빠진다.


 조금씩 자기몰입적인 나에게 눈을 떠 가면서 내 삶의 목표는 자신감과 겸손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되었다. 밖에 나갔다 온 날은 그날 만난 사람에게 실수한 것은 없는지 곱씹고 반성한다. 내년엔 보통의 서른 둘을 살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것은 서른해와 일곱달을 살아온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7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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