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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그날그날의 감정을 견디는 법

by 우리의 결혼생활


사춘기 자녀를 대하며 가장 난해한 순간은 그날그날 달라지는 감정의 결을 마주할 때다. 학교에서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 친구관계의 미묘한 변화, 학원과 방과 후 활동에서 겪는 저마다의 사회생활.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아이들을 때로는 지치게 하고, 때로는 자극한다. 그날의 사건과 이야기에 따라 아이의 소통 방식도, 감정 소모의 깊이도 달라진다.


어른인 나조차 감정 기복의 고저를 감당하기 버거운 날이 있는데, 아직 미숙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힘들까. 내심 안쓰러웠다.


새로 사귄 친구들, 오랜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 그리고 가정을 벗어난 학교라는 공간. 그곳에서 아이들은 경쟁과 생활 격차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다행히 공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 모두 최상위권 혹은 상위권에서 나름의 목표 점수에 가까이 다가가며 양호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물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평가가 아닌 삶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권했다.


우리 어른들의 삶에도 고저가 있다. 감정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 성과 면에서도 잘 풀리는 날이 있고 어려운 고비를 마주할 때가 있다. 하나하나를 견디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아가는 법. 어떠한 큰 일의 마중물을 맞이하는 삶의 태도를 배우기를 바랐다.


일희일비하기에는 아이들이 앞으로 만날 삶의 변화들이 너무 많았다. 엄마인 나보다 어쩌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지금의 사회 전반 속에서,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다듬어지고 좀 더 인간다운 면모를 갖추길 바랐다. 옳음, 착함, 자비, 배려, 온유, 사랑.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희소한 가치들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친구들과 싸운 날에도 나는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문제 해결 그 자체에 집중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법을 터득하길 권했다. 엄마가 학교폭력위원이고 운영위원장이었지만, 아이들을 싸고돌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자립할 수 없는 ‘엄마찬스’ 의존적인 성향만 키울 뿐이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따른 대응 방법을 제시하되, 한 발 빠져서 지켜보며 스스로 해결하는 시간을 모두 겪고 이겨내는 강인함을 격려했다.


학업에서도 전교 일등이나 백 점을 바라는 학구열을 오히려 지양하게 했다. 만점보다 조금 부족함이 오히려 배울 점을 주고, 열심히 한 만큼 훌륭한 점수가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해 주길.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이 오롯이 자기 것일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성적이 떨어지거나 올라도 책망하거나 더 칭찬하지 않았다. 늘 일관된 반응을 고수했다. 노력한 수고와 잠 못 자고 열정을 쏟은 그 자세에 박수를 보냈다.


잘못한 일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되, 나부터 그렇게 행동을 수정했다. 코치가 먼저 달라진 부모의 모습 속에서 자녀 또한 그림자처럼 따라와 주길 기대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자신이 되기를. 다듬어지고 성장하기를. 자립의 기본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세다.


내 뱃속에서 나온 자녀이지만, 내 것이 아닌 오로지 너희의 삶. 그리고 책임도 너희의 것임을 강조한다. 부모는 뒤에서 실수와 연약함을 함께 견뎌주는 존재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길은 달라진 부모의 행동과 적절한 거리, 따스한 눈빛과 절제된 말에서 시작된다. 사춘기는 아동기와 사뭇 다른 방식을 요구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한 발 물러서는 법을, 믿고 기다리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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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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