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서 서른하나, 상기하는 삶의 가치
1년 전, 브런치 임시 저장 폴더에 ‘서른, 오늘도 재밌게 살기로 결심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겪고 인생의 가장 큰 혼란 속에 있었다.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그 제목을 선택했다. 왜였을까?
아마도 그 순간에도 나는 재미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내 삶의 이유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재미는 내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의 기준이었다.
나는 언제나 재미를 쫓아왔다. 마술이 재밌어서 마술학과에 진학해 마술사로 활동했고, 더 큰 무대를 꿈꾸며 예대로 진학했다. 배움이 즐거웠고, 멋진 꿈을 꾸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매일 새벽 3~4시까지 이어지는 공연 연습과 오전 일찍부터 시작되는 동아리 연습, 축제 연습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고, 여섯번의 장학금과 두번의 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해외 공연 산업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재학 중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했다. 이후 자신감과 자만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공연 기획사를 창업했고 모두가 실패할 거라던 공연은 대학로에서 전석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는 내 경험을 확장하는 도전을 이어갔다. 메타버스와 공연을 주제로 중앙대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고 논문을 써 해외 저널에 게재했고, NFT/블록체인 해커톤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해보고 싶었던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해보고자 이스포츠 구단에서 NFT 사업을 기획하기도, 게임사에서 메타버스 서비스의 AI,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러한 도전과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나만의 ‘재미 선순환 싸이클’ 덕분이다. (재미) - (재미에 따른 몰입) - (몰입에 따른 성과) - (성과에 따른 재미)로 이어지는 싸이클인데 1) 재미가 있다면 어떤 일이든 몰입할 수 있다. 2) 몰입하다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성과가 나오고, 3) 그 성과는 다시 재미를 주고, 4) 재미는 다시 몰입하는 동력이 된다. 무한동력인 셈이다.
구조조정 이후 1년은 말 그대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재미라는 기준을 고수한 탓에 선택지는 좁아졌고, ‘이제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나?’는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서른, 오늘도 재밌게 살기로 결심했다’와 함께한 다짐은 결국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2025년 나는 다시 재미있는 삶 속에 있다. 게임사 전략기획 담당자이자 재미를 추구하는 한 인간으로서 낯선 영역을 탐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도전하며 무한동력을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벽을 마주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다시 흔들리더라도, 또다시 재밌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