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워커로 일하는 자세
자유 :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많은 노마드 워커들이 자유를 높은 가치에 둔다. 각자의 자유를 얻기 위해 저마다 일하는 방식을 치밀하게 설계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전에는 일기쓰기, 책 읽기, 산책을 하며 일 외의 시간을 확보하려 한다. 또한 공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오프라인 미팅을 최소화한다. 이렇게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은 주체적이기에 효능감을 주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일을 맡기는 입장에서는 어떨까?
클라이언트의 입장으로 가보자.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건, 곧 예측 불가능하다는 의미기이도 하다. 예측 불가능성은 불안감을 낳고, 결국 신뢰를 가지기 어렵게 만든다. 클라이언트라면 의례 대면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 것이고, 메시지 답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자유로운 일의 방식은 책임감 없고 불안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유와 신뢰가 반드시 반대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동안 노마드 워커로 일하며, 또 노마드 워커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경험한, 일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노마드’가 아닌 ‘노마드 워커’라면 일정 부분의 자유를 내려놓고, 나만의 규칙을 세워야 한다. 회사처럼 특정 장소로 출근을 한다거나, 9 to 6 근무시간을 엄수한다거나, 철저한 보고 체계를 지키는 규칙을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메일은 24시간 안에 답한다" 혹은 "12:00~18:00에는 고객 응대를 한다"와 같은 간단한 규칙만으로도 클라이언트는 큰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답이 온다는 믿음은 신뢰로 이어지고, 이렇게 쌓인 신뢰는 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관여하지 않는 자유를 다시 돌려준다.
신뢰는 대단한 결과가 아니라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회의에 늦지 않는 것, 정해진 마감일을 지키는 것, 약속한 수량/퀄리티를 제공하는 것에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렇기에 업무툴을 200% 활용해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노마드 워커의 자유로운 방식은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때때로 의심 섞인 질문을 들을 것이다.
사무실이 없다고요?
대면 미팅이 불가능하다고요?
그렇기에 작은 약속을 성실히 지켜내는 태도가 더더욱 중요하다. 작은 약속을 계속 지켜내며 “이 사람은 바로 옆에서 일하지 않아도 내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어디에 있어도 약속을 잘 지켜낸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고 신뢰를 안겨줄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노마드 워커의 유연함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신뢰란 “말이 통한다”는 경험에서 생겨난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상대가 이해하고, 그 상황에 맞게 해결책을 제안받았을 때, 우리는 상대를 믿게 된다.
노마드 워커의 장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고정된 근무 방식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마치 챗GPT의 사람 버전 같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줄 수 있다.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요구를 함께 대응해가는 과정 속에서 신뢰는 깊어진다. 노마드 워커의 유연함이 강점으로 발휘될 때, 클라이언트는 든든한 파트너십을 경험하게 된다.
다시 자유의 정의로 돌아가보자.
자유 :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노마드 워커의 자유 : 스스로 정한 원칙 안에서 유연하게 일하는 것
노마드 워커에게 자유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 정한 원칙 안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는 것이다. 자유의 정도를 조절하고 자신만의 원칙을 세울 때, 유연하면서도 신뢰로운 사람이 될 수 있고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자유롭게 일하면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가? 그렇다.
그것이 노마드 워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