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랑 코워킹클럽 100th 행사
언젠가 100개의 포도알이 있는 포스터를 선물 받았다. 그 당시 번듯한 프로그램은 ‘코워킹클럽’ 하나뿐이었기에,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코워킹클럽으로 포도알 100개 채울까요?”
미래의 지향점을 함께 그리고 싶어 자신 있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진짜 100번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100번째 코워킹클럽이 눈앞에 다가왔다.
2025년 11월 6일
코워킹클럽 100th 행사가 열렸다.
#1
도달하지 못할 것 같던 목표에 닿고 나니, 기쁨과 동시에 묘한 헛헛함이 찾아왔다.
‘다음은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몇 주 동안 머리를 떠다녔다.
200회, 1000회…
단순히 횟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반복과 지속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지만, 변화와 확장은 필요하니까. 특히나 창업자로서 나에게 코워킹클럽은 엄연한 일의 영역이기도 했다.
나는 일의 기쁨을 세 가지에서 얻는다.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 느리더라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 그리고 판을 키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코워킹클럽도 새로운 다음 단계가 필요해졌다.
#2
이번 행사에서 코워킹클럽의 존재 이유를 다시 돌아봤다. 코워킹클럽의 초기에는 ‘느슨한 감시’를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혼자 집에서 작업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혼자’ + ‘집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늘어지기 쉽고, 어려운 일이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참여이유지만, 참여자들의 참여 동기는 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있었다.
행사에서 오랜만에 만난 M님이 이야기했다.
“계속 집에서만 일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나와요..
요즘 좀 우울한 시기였는데, 사람들 만나니까 리프레시가 되네요!”
코워킹클럽은 집 밖으로 나오게 해 주고, 혼자 하던 고민을 나누게 하고, 오랜만에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상을 회복하게 한다. 사람과 마주 앉아 교감하고, 서로 마음을 돌봐주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혼자가 아니구나’, ‘나처럼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위로를 받는다.
노마드 워커라고 늘 돌아다니는 건 아니다. 실상은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 특히나 일이 바쁠 때면 집 앞 카페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워져 집에 콕 박혀있곤 한다. 더욱이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약속을 잡지 않는 한 인간 관계도 사라진다. 노마드 워커가 ‘고립 워커’가 되는 순간이다.
코워킹클럽이 고립과 외로움의 진통제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이번 행사에서 새삼 느꼈다. 사람들과 마주하며 환기하는 것. 그것이 코워킹클럽의 참여 이유이자 존재 이유이다.
#3
노마드 워커로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서울에만 있지는 않겠다. 특히 네트워킹의 기회가 적은 지역에서는, 이 진통제가 더 시급하다.
이번 행사 ‘런치토크’ 시간에도 이야기가 나왔다.
“코워킹클럽의 IP를 지역에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사람들, 혹은 커뮤니티 니즈가 있는 로컬인들에게 확장해 보면 어떨까요?”
사실 이전부터 가고 싶던 방향이었지만,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았다.
‘과연 지역에서 모임을 이끌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이 진짜 모일까?’
하지만 코워킹클럽이 진통제가 되어준다는 걸 보고, 이번에는 확신이 생겼다.
게다가 그동안 협업할 수 있는 지역 친구들도 더 많아졌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지역, 새로운 리더들과 함께 코워킹클럽을 더 다양한 곳으로 확장하려 한다.
#4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여러 사람들과 힘을 합쳐 판을 키워가는 일.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니, 어느새 헛헛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설렘으로 바뀌었다.
2026년 코워킹클럽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서로의 일상을 함께 하길 바라며.
이번 코워킹클럽 100회 행사를 기쁜 마음으로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