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렐지

by 이령 박천순

테렐지*




늙은 말은 무릎을 꺾었다 일어나곤 했다

그때마다 들꽃들이 웅성거렸다


말은 오랫동안 들꽃의 영혼을 하늘로 져 날랐다

아침이슬에도 눈 뜨지 못하는 꽃을 찾아

커다란 눈망울로 영혼을 비춰보곤 했다



꽃의 죽음이 말의 발굽에 젖어있었다



*몽골의 지명


시집 <달의 해변을 펼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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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시작 노트ㅡ


20여 년 전에 몽골여행을 했다. 여행사 패키지가 아니라 우리 일행끼리 가는 여행이라 자유여행에 가까웠다.

테렐지에서 말을 탔다. 얕은 산비탈에 에델바이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일행 모두와 말을 탄 후, 나와 또 한 명은 추가로 한 번 더 탔다.

추가로 탈 때 말의 무릎이 자꾸 꺾였다. 내가 결코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조랑말처럼 작은 말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말이 늙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말이 달리다 보면 에델바이스 꽃을 자꾸 밟게 된다. 그게 마음 아파서 말은 자꾸만 무릎을 꿇고 꽃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 아닐까...

짧은 시지만 이 시를 읽으면 그날 테렐지 산비탈의 고요함과 에델바이스 꽃, 애처롭던 늙은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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