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을 깨고도 길을 잃는 이유

젤다 야숨과 빅큐브 해법을 관통하는 '응용력'에 대하여

by 라이벌 큐버

비디오 게임 역사상 최고의 명작을 꼽으라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숨)>는 절대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입니다. 정해진 정답 없이 유저가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정답으로 인정해 주죠.


하지만 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자칫 유저가 길을 잃기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닌텐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설계했습니다. 유저가 스스로 선택해서 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작진이 의도한 방향으로 정보를 습득하게 만드는 식이죠. 예를 들어 초반 퀘스트인 '시커 스톤이 가리키는 곳'을 클리어하면 탑이 솟아오르고 지도가 해금됩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탑 해금 = 지도 해금이라는 공식을 학습하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을 거치고도 패러세일을 탄 이후에 "지도는 어떻게 여나요?"라고 묻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질문이 나올까요? 저는 그 원인이 수동적인 태도에 있다고 봅니다. 제작진은 탑을 여는 행위가 지도를 여는 방법이라는 '정보'를 주었지만, 수동적인 유저는 이를 그저 지나가는 퀘스트 1로만 받아들입니다. "퀘스트를 깼더니 보상으로 지도가 열렸네? 그럼 다음 지도를 열려면 또 다른 퀘스트를 깨야겠지?"라고 생각하며 정보의 핵심 원리를 놓쳐버리는 것이죠.


이 장황한 게임 이야기는 우리가 큐브를 대하는 태도와도 비슷합니다. 특히 빅큐브의 L2E(Last 2 Edges) 단계에서 이런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4x4x4와 5x5x5 큐브를 맞출 줄 아는 사람이 6x6x6 큐브의 L2E에서 막힌다면, 그것은 앞서 언급한 수동적인 게이머와 같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4x4x4와 5x5x5를 마스터했다면 6x6x6 이상의 빅큐브 엣지를 페어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원리는 이미 배운 셈입니다. 큐브 카페나 커뮤니티에 6x6x6 이상의 해법 게시판이 따로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6x6x6에서 막혔다는 것은, 내가 배운 공식을 딱 그 큐브 하나만을 위한 '일회용 보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4x4x4 공식은 4x4x4에서만 쓰고, 5x5x5 공식은 5x5x5에서만 쓴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그 원리가 확장될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입니다.


이런 수동적인 태도로는 7x7x7, 8x8x8 등 새로운 큐브를 잡을 때마다 매번 타인의 답변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큐브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마치 탑 바로 옆에 서서 지도 해금법을 물어보는 것처럼요.


주어진 정보를 다른 곳에 적용하는 능력, 즉 '응용력'은 큐브 실력 향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특수 큐브나 빅큐브는 해법의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내가 아는 공식이 다른 큐브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공식을 딱 그 큐브 하나만을 위해 쓰고 버린다면 새로운 큐브를 맞추는 과정은 매번 고통스러운 암기의 반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정보를 연결하기 시작하면, 어떤 새로운 큐브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큐브를 돌린다는 것은 단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정보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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