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담 넘는 도둑
며칠 전 깃털 도둑이라는 책을 읽었다. 열아홉 살 에드윈이 박물관에서 새를 훔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에드윈은 말한다. 그 많은 새가 서랍장 속에 있는데 몇 마리 훔친다고 무슨 문제가 되냐고
돈키호테 1권을 집필하고 수많은 모작들이 나와서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1권 책을 대변하는돈키호테 2권을 다시 썼다.
나의 취미는 순간 포착으로 사진을 찍고 떠오르는 짧은 문장 쓰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다.
'찰칵' 화훼 단지에서 만난 종이꽃이 하도나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핸드폰에서 글 쓰는 작업을 한다.
종이꽃
바스락 바스락 네가 꽃이니?
아님 종이니?
참과 거짓
가면한 번 제대로 썼네
어머님 댁에 갔을 때도 참깨 꼬투리 털다가 한 컷 찍고
참깨 꼬투리
이건 트로이 목마
이토록 많은 정예군이
사열종대로 숨어 있다가
세상 탁 터트리며 나온다
길을 가면서도 접시꽃을 만나면 사진으로 남기고
접시꽃
차마 담아내지 못한 마음
임 떠나고서야
초록상에
이리 한가득 차려 놓습니다
라고 적는다
취미처럼 찍고 짧은 문구가 떠오를 때마다 글씨를 입히는 작업을 해 놓은 것이 좀 쌓였다.
사진관에서 사진으로 인쇄해 놓으니 작품같아 보여서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문학적 교류를 하는 친구에게 보여 주었더니 짧은 시들이 마음에 와 닿고 사진도 너무 좋다고 엄지척을 해 주었다. 그런데 친구가 하는 말이 내가 직접 글씨를 쓰면 좋겠다고 충고해 주었다.
왜 그러냐고 질문했더니 이 서체는 핸드폰 기능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저작권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있는 기능이라 무턱대고 가져다 사용했다. 글씨체에도 저작권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처음 만든 사람이 있겠다 싶으니 함부로 남의 것을 가져와서 사용한 것이 미안했다.
'깃털도둑'에서도 그 새들의 종 분류나 잡은 시기 인식표를 작업한 박물학자가 있었다. 새를 도둑질하고 다시 깃털을 분리하고 인식표를 잃어버리면 그 업적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이 얼마나 큰 범죄인가
세르반테스가 힘들게 돈키호테를 집필했는데 그 비슷한 작품들을 모방한 사람들은 어찌보면 글 도둑이지 않을까
지적 창작권이라고 하는 독창적인 개인물을 허락도 없이 가져오는 건 도둑이지 않을까
늘 허락을 구하거나 주석을 달거나 아니면 자신이 오롯이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담을 함부로 넘는다는 것은 양심의 전깃줄에 걸리는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