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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방울토마토

by 최고담


아빠는 삶이 몹시 치열했으므로, 경제적인 것에 예민한 사람이다. 품질이 나쁘지만 않다면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도 물건을 사는 사람이다.


아프고 난 뒤 일을 하지 않게 된 이후로 아빠는 집에만 있게 되었다. 아빠의 시계는 빠르면서도 아주 느렸다.


전화를 걸면 대부분 티비를 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아빠의 시간은 티비였다.


그러던 요즘 아빠가 좀 더 멀리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그저 산을 타거나 동네 운동기구를 하더니 요즘은 제법 먼 시장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시장을 다닐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왜 살 것도 없는데 나와계실까?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빠를 보며 깨달았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활동이 너무 저조하다는 것을


아빠의 요즘 최고 재미는 과일 야채가게에 가는 것이다.


동네 시장보다 발품을 팔면 갈 수 있는 좀 더 먼 시장에 가게가 무엇이든 과일과 야채가 싸다는 것이다.


하루는 아빠가 신나서 전화를 했다.


“여기 부추 한단이 500원이다”


우리 동네에선 비싸면 6천 원 까지도 갔던 부추가 이제 가격을 내린 건지, 뭔지 알 수 없지만 아빠의 신나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기분 좋게 들렸다.


“와 엄청 싸네!” 일부러 더 신이 나서 아빠에게 대답을 하자 아빠의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다.


그래서일까, 친정집을 갔더니 아빠가 부추를 챙겨줬다. 이미 손질도 다 된 부추를 신문지에 말아서 고이고이 신줏단지처럼 꺼내어 챙겨줄 때 이게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아빠는 내가 올 때에 맞춰 방울토마토며, 야채를 미리 사다가 열심히 저장해 두었다.




반대로, 시부모님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사셨고 고생도 많이 하셨지만 우리들이 갈 때 비싼 과일 채소를 아끼지 않고 사다 두셨다.


오히려 나도 비싸서 선뜻 손이 안 가는 과일들을 집에 가져갈 만큼 사두시며 아이들과 우리 부부에게 나누어주셨다.


그 마음도 감사했다. 그 마음도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빠의 사랑은 값싼 사랑일까?


만약, 아빠가 본인은 비싼 음식을 먹으며 우리에게 싼 음식을 내어준다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 일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본인도 같은 것을 먹으며 같은 것을 내어주었다. 그게 제일 좋고 행복한 것을 내어주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시부모님의 사랑도 아빠의 사랑도 다를 리 없다.


그저 방식이 표현이 다를 뿐.


이 모든 게 사랑이라는 것만이 오롯이 정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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