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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해볼까?

#나의 최저임금은?

by 조명찬



언젠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나의 임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것저것 빼고 단순하게 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노동 시간 대비 내가 벌어들이고 있는 돈은 납득이 되는지 궁금했다.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오로지 최저시급으로만 계산해 본다.

최저시급 9,860원


점심장사를 했을 경우 하루 일하는 시간


8시~9시 장보기 : 1시간

9~11시 장사준비 : 2시간

11~3시 점심 장사 : 3시간

3~5시 브레이크 : 2시간

5~6시 저녁장사 준비 : 1시간

6~11시 저녁장사 : 5시간


장사준비하는 시간 포함, 브레이크 타임 비포함 하루 노동 시간은 12시간

9,860원 X 12시간 = 118,320원

한 달 평균 오픈일 = 26일


118,320원 X 26일 = 3,076,320원


충격적이었다. 나는 최저임금만큼도 받지 못하고 온몸을 녹여내고 있었던 것이다. 흔히들 자영업자가 하는 말이 이렇다.


"그냥 근근이 이어가는 거지요. 인건비는 안 드니까 인건비 따먹기 하는 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인건비는 자신의 노동비를 얘기하는 건데, 실제로 자신의 노동력을 얼마로 책정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작은 가게를 시작하면 월 500만 원 정도만 나와도 경험 삼아 괜찮지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장사는 변수의 연속이다. 매출이 아무리 높더라도 순이익이 500만 원이 남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사는 무조건 남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을 하다 보면 며칠 벌어 재료를 사고 조금씩 모아 월세를 내고 또 조금씩 모아 세금을 내고 나면 통장에는 돈이 쌓일 틈이 없다.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전도연)이 이런 말을 한다.


"장사를 하려고 월세를 내는 건지, 월세를 내려고 장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 나의 최저임금을 계산한 후 한동안 실의에 빠졌다.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고 나는 마흔이 넘어 최저임금만큼도 벌지 못하고 있었다. 하던 일이나 계속할 걸 식당은 왜 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매일같이 나를 원망했다.


자신이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하면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도 만나기 싫고 그 어떤 얘기도 듣기 싫다. 그냥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던 어느 날, 가게를 정리하다가 문득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손님을 기다리다가 재료만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화대교를 건너다가 기분이 아득해지며 핸들을 돌리고 싶은 이상한 충동이 들었다.


그즈음 아내는 매일같이 가게에서 나오는 시간과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전화로 체크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30분 정도 혼자 차에서 마음을 다스렸다. 얼굴에서 우울함을 빼는 시간이었다.

여러모로 힘들 아내에게 계속 힘든 얼굴만 보여줄 수는 없어 나름 애쓰고 있었지만 사실 그게 아내를 더 힘들게 했다. 참는 것이지 초월한 게 아니었으니 아무리 숨기려 해도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나를 지웠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나의 임금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돈은 그다음이다. 메뉴부터 다시 정리했다. 처음부터 고집했던 메뉴를 빼고 주변에서 인기 있는 메뉴들을 리서치해 재구성했다. 매장 분위기도 바꿨다. 조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구를 넣어 낮에는 환하게 저녁에는 어둡게 조도를 조절했다.


고집을 버리고 만든 메뉴인 ‘봉골레술찜’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조도를 어둡게 조절하니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술 마시가 좋은 환경이 됐지만 음식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단점이 생겼다. 어쩔 수 없었다.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보다 매장에 직접 왔다가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단골손님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아주 조금씩 손님이 늘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조금씩 늘었다. 이름을 아는 손님들도 생겼다. 길에서 만나 아는 척을 하는 손님도 생겼다. 결국 결혼식에까지 초대받아 축하를 하게 된 손님도 생겼다.


식당 오픈을 한 지 4년이 넘었다. 나는 여전히 나의 임금을 잘 모르겠다. 언제 갑자기 식당을 관두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다고 느낀 건 식당에서 만나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 덕분이다.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사람을 많이 얻었다.

그 정도면 밑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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