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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캐리어의 디자인을 빌려온 이어폰 케이스

특허법원은 왜 “창작성 없다”고 보았을까_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

by 김용덕 변리사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 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디자인을 마주합니다. 가구, 전자기기, 생활용품, 패션 소품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물건들이지만, 그 외형은 때때로 다른 제품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디자인을 작은 액세서리에 그대로 가져다 쓰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히 용도만 다르다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특허법원에서 선고된 이어폰 케이스 vs 리모와 여행용 캐리어 디자인 사건은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특허법원은 “여행용 가방 디자인을 축소한 것에 불과하다”며 해당 이어폰용 케이스의 등록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브런치 독자분들을 위해, 이번 사건이 말해주는 디자인법의 원칙과

실무적으로 주목할 만한 판단 기준들을 차분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행용 캐리어의 미감을 이어폰 케이스로 옮긴 디자인


출원인은 네 개의 바퀴와 일정한 간격의 평행 줄무늬(그루브)를 가진 이어폰용 수납 케이스를 2020년에 등록했습니다.

스스로도 출원서에 “여행용 캐리어를 모티브로 했다”고 적었을 정도로 그 디자인의 출처는 분명했습니다. 문제는, 이 디자인이 바로 리모와(RIMOWA)의 대표적인 캐리어 스타일과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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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와는 오랫동안 ‘그루브 패턴이 있는 알루미늄 캐리어’라는 상징적 디자인을 보유해 왔고, 이 디자인은 이미 다양한 액세서리에 적용된 바 있었습니다. 결국 리모와 측은 디자인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에 이어 특허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특허법원의 핵심 판단


특허법원은 먼저 디자인의 용도나 크기가 달라도 유사 판단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기준입니다.

두 물품의 용도·기능의 관련성

전체적인 형상과 구조의 유사성

특정 디자인을 다른 물품군에 전용하는 업계 관행

이 사건에서 법원은 “캐리어 디자인을 여러 소형 케이스에 적용하는 예가 이미 많다”고 보았습니다. 즉, 통상의 디자이너라면 선행디자인을 참고해 이어폰용 케이스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디자인보호법이 금지하는 ‘용이창작’에 해당합니다.


디자인을 판단하는 법의 관점

“부분 차이가 있어도 지배적 특징이 같으면 유사하다”


디자인 유사 판단은 전체의 인상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바퀴가 있다, 없다

줄무늬 폭이 조금 다르다

이런 차이는 본질적인 변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두 디자인 모두가 육면체 구조에 일정 간격의 줄무늬를 갖추었다는 지배적 특징을 공유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지배적 특징이 같다면, 세부 요소가 조금 달라도

두 디자인이 주는 미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에 비해 새로운 심미감을 만들지 못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번 판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디자인 등록 시 출원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어떤 디자인을 모티브로 했는지’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용 경향이 있는 분야에서는 창작성 인정이 어렵다

리모와 스타일은 이미 여러 소형 액세서리에 적용돼 왔기 때문에 새로운 용도를 붙였다고 해서 차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기능적·상업적 변형만으로는 새로운 미감을 만들 수 없다

디자인의 본질은 전체적인 심미감입니다. 이 기준을 통과해야 비로소 새로운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디자인권 분쟁은 특허나 상표와는 또 다른, 독특한 시각과 분석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전체적인 심미감, 지배적 특징, 전용경향, 선행디자인의 범위 등 세밀한 검토 없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디자인 출원 전략 수립부터 무효심판, 침해소송까지 다수의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입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보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전화문의: 02 556 1028

홈페이지: www.iplexlaw.co.kr

Email : iplex@iplexlaw.co.kr


저자 소개: 김용덕 변리사는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 바이두 등 국내외 유명 대기업들의 특허 사건을 처리한 경험에 기초하여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를 설립하였습니다. 국내 특허, 미국 특허, 중국 특허, 유럽 특허, PCT 특허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많은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김용덕 변리사는 『기술특례상장 바이블』,『인공지능 특허 심사실무 가이드』, 『상표 유사 판단 이론 및 판례』의 책의 저자입니다.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최고의 기술력과 최상의 노하우로 고퀄리티 지식재산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해외 특허, 국내/해외 상표, 국내/해외 디자인 권리 확보에 강점이 있는 특허법률사무소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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