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룸 넥스트 도어>
*개봉일 - 2024.10.23
*장르 - 드라마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배우 - 줄리앤 무어, 틸다 스윈튼, 존 터투로 등
작가인 잉그리드는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않았던 마사가 암투병 중인 것을 알게되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오랜만에 만난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운 재회의 순간을 가지고 이후로도 마사를 보기 위해 병원에 찾아가는 잉그리드.
어느 날 마사는 자신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 할 순간까지 같이 지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잉그리드는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된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이 관람하였다.
그저 '뭐?? 줄리앤 무어와 틸다 스윈튼의 투샷을 볼 수 있다고?' 정도로만 생각하고 봤는데, 꽤 여운이 많이 남던 영화였음.
누군가에게는 안락, 누군가에겐 이별, 또 누군가에겐 자살이 되는 '죽음'에 대한 서로다른 받아들여짐이 흥미로웠다.
만일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내 친구가 이런 부탁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단번에 거절할까? 아니면 그런 친구의 결정에 반대하고 마음을 돌리려할까?
혹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옆에서 관찰자로써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감정이 들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침에 자신의 방문이 닫혀있으면 죽음을 선택한 걸로 알고 있으라는 마사의 말에 잉그리드는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그녀의 방으로 간다.
방문이 열려있는 것을 본 잉그리드의 표정에서는 친구가 아직 살아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음날 다시 맞이해야 할 이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살짝 보인다.
영화는 상당히 정적이고 담백하며 마사가 결국 안락에 들어 가는 순간까지 잉그리드와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초연함을 주는 영화의 주제나 내용 외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와 캐미였다.
죽음에 저항하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마사로 분한 틸다 스윈튼- 안그래도 인상이 강하고 마른 느낌인데도 더 병약하게 보이도록 감량을 한 것 같았음.
그래서인지 죽음을 앞둔 시한부 환자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옆에서 그녀를 보살펴주는 잉그리드로 분한 줄리안 무어는 이전작인 <메이 디셈버>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따뜻하고 애정이 많은 느낌이어서 색달랐음.
개인적으론, 줄리안 무어의 여태까지 캐릭터 중에선 제일 악의(?)가 없는 캐릭터를 본 느낌? 이랄까.
열려있는 문을 보며 안도 하다가도 닫혀있는 문을 보고 열어볼 생각도 못한 채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색감들도 상당히 재밌었다. 빨간색이 도드라지는 문이라던지, 소파나 선베드 들의 색깔,
마사와 잉그리드가 입고있는 옷까지- 컬러에서 오는 대비감 혹은 모던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강렬했던 이미지들이 있었음.
그렇게 마사가 떠나고 난 뒤, 잉그리드에게 그녀와 똑닮은 딸이 찾아오고, 마사와는 거의 절연수준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 다는 딸은 엄마가 지내다가 떠난 집에서 하루를 묵는다.
마사의 딸을 바라보는 잉그리드의 표정에서는 왠지 모르게 마사가 죽지않고 새롭게 나타난 듯한 묘한 반가움과 평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으로 오히려 평생 가지고 있던 오해와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딸의 표정에서도 슬픔보다는 초연함이 보이던..
누군가를 떠난 보낸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 많은 생각들이 다가올 영화.
관람할때는 살짝 지루한 군간이 있었지만 '죽음'과 '존엄'에 대한 되물음과 후반부의 여운이 긴시간 잔잔하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