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후
"인생 별종으로 산다는 게 뭐 그렇게 신나는 일은 아니죠. 특히 한국 같은 사회에서는. 와, 방금 저 되게 뭔가 학자 같지 않았어요? 하하. ‘한국 사회’래. 저 다향이나 앞에 있는 무향씨도 그렇고 그런 편견에 맞섰다기보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방법을 택한 것 같아요. 사실 뭐 그것 말고는 답도 없고요. 방금 글 올려주신 분처럼 ‘난 별종이야’라는 생각에만 너무 빠져있다 보면 가뜩이나 힘든 세상 살아가지 힘들잖아요. 그냥 어느 정도는 ‘그래서 뭐?’라는 마음을 장착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향미의 말에 화면 가득 댓글이 이어진다. 몇 개의 글을 읽으면서 향미는 대화를 이어간다.
"제가 이 채널을 처음 만든 이유도 그런 거였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그 특이한 구석을 기왕이면 잘 써먹어야 될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되게 안 좋아하고 극혐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냥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쭉,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존재고 실제로도 그랬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면 뭐 돈이라도 되어야겠다. 와, 저 방금 되게 재수 없었죠? 막 수억 버는 스타 유튜버처럼. 하하. 여하튼 이렇게 방송하면서 제가 가진 별난 구석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오늘처럼 저랑 비슷한 고민하는 분들 만나게 되는 것도 재밌어요."
향미의 맞은편에는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댓글을 보면서 몇 마디 말을 보태는 사람, 인섭이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향미는 인섭에게 유튜브 채널을 함께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향미가 비범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인섭도 알고 있었지만, 그 제안은 특히나 더 뜬금없었다. 그 뜬금없음에 이상하게 마음이 동한 인섭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친구 하나를 얻으면 뭘 잃어도 잃는 대로 의미가 있겠거니. 지금까지 한 일 중에서 가장 대책 없는 선택이었는데도 인섭은 불안하기는커녕 조금 설렜다. 적지 않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있었고, 향미는 앞으로 그 채널을 인섭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촬영이나 편집 업무만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렇게 인섭은 향미와 함께 [냄새가 난다 냄새가]라는 채널의 어엿한 공동 소유주로 채널 운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저는 다향 씨와는 달리 더 소심하고 그런 타입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한테 되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도 거의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한테 나만큼 관심 많은 사람은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조차 나에 대한 관심을 좀 내려놓는 연습을 하게 되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카메라 뒤에서 목소리만으로 말을 보태는 인섭. 그의 말에도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진다.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냄새라곤 없는 인섭이 [냄새가 난다 냄새가]라는 채널을 운영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요즘 인섭은 자기가 하는 일이 퍽 마음에 든다. 번들거리는 땀으로 가득 찬 곳에서 얻어맞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보다, 떨어진 비품을 챙겨 넣으면서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귀를 쫑긋 세우려고 했던 때보다, 지금의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