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행의 시작

암환자가 되었고, 이혼녀가 되었다

by 애이


늘 20대일 것 같았던 내가

서른이 되던 해


항상 건강할 줄 알았던 내가

암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평생 함께할 거라 믿었던 남편이

나를 떠났다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어느 겨울이었어요


이제 우리도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남편과 고민하던 시기였고


딩크는 아니지만

자녀에 대한 생각이 크지는 않았기에

가벼운 대화만 오고 갔어요


남편이 당시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즈음 계획을 세워보기로 하고

막연한 대화가 마무리 됐어요


그리고 며칠 후 일요일 저녁이었는데요


목욕 한 번이 보약 한 첩이라는

통화 속 엄마의 말에

욕조 가득 물을 채우고

온몸을 그 속에 누이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말랑해졌어요


끝나가는 주말이 아쉬웠지만

목욕 후에 먹을 갓 구운 팬케이크를 떠올리며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주말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며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태어날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수증기 가득한 포근한 욕실에서

장르 구분 없이 이어지는 생각에 빠져있었는데요


한 건강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방암 자가촉진법 장면이

머리에 스치듯 지나갔어요

평소에 확인할 일이 없는 부위였기에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었고


혹시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이

왼손으로 오른쪽 가슴을 만졌어요

아무것도 없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아픈 사람이 없었고

생활습관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이번엔 반대로 왼쪽을 확인하는데

오른쪽 손 끝에 낯선 감각이 느껴졌어요


단단한 덩어리였어요


자세를 바꿔보고

몸을 일으켜 앉아서 확인해 봐도

딱딱한 덩어리가 확실하게 만져졌어요


아늑하고 몽글했던 그 작은 욕실이

순식간에 불안과 두려움으로 채워졌고

빠르게 씻고 몸을 채 닦기도 전에

네이버에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만졌을 때 통증 없는 멍울은

유방암의 대표적 증상이었어요


그렇게 한번 커지기 시작한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찾아볼수록 두려움이 커졌다가

나 건강염려증인가? 오버하지 말자 토닥이다가

또 바로 폰을 들어 찾아보길 반복했어요.


소소하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주말은

예상치 못한 혼란으로 뒤 흔들렸고

평온했던 제 일상은 그날을 기점으로

조금씩 무너져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