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시스템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완성하는 MVP
디자이너와 기획자에게 '구현'은 언제나 넘어야 할 산이자, 타협의 영역이었다. 머릿속에 완벽한 사용자 경험(UX)이 그려져 있어도, 그것을 실제 작동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기술적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발전, 특히 코드 에디터와 결합된 Cursor AI의 등장은 이 오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Cursor AI를 통해 'AI 독서 습관 관리 앱'의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직접 구현해 보며 느낀 점을 기록한다.
Cursor AI의 가장 강력한 지점은 전문적인 코딩 지식 없이도 자연어 기반으로 코드를 생성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발 환경을 세팅하는 것부터 난관이었지만, 이제는 터미널에 몇 줄의 명령어만 입력하면 된다.
Node.js를 설치하고 , npx create-next-app 명령어를 통해 최신 Next.js 프레임워크 기반의 프로젝트를 순식간에 생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단순한 코드 조각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문맥을 이해하고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수정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터미널 창에서 발생하는 오류조차 AI에게 그대로 물어보며 해결했고, 이 과정은 마치 숙련된 시니어 개발자와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을 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AI에게 무작정 "만들어줘"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엉성한 결과물을 피하기 위해 나는 Cursor AI에게 명확한 규칙(Rule)을 설정했다. 이것은 디자인으로 치면 '디자인 시스템'을 정의하는 것과 같다. 나는 프로젝트 설정 파일에 다음과 같은 규칙을 심었다.
UI 컴포넌트: 모든 UI는 검증된 라이브러리인 'ShadCN'을 사용할 것.
아이콘: 일관성을 위해 'Lucide React'만 사용할 것.
구조: 컴포넌트는 /components/ui 디렉토리에 위치시킬 것.
이러한 규칙 설정(Rules for AI)은 AI가 생성하는 코드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AI는 내가 설정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웹 접근성이 준수된 고품질의 컴포넌트를 사용하여 랜딩 페이지부터 관리자 대시보드까지 일관성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Cursor AI를 활용해 나는 '북티(Bookti)'라는 AI 독서 코칭 서비스의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사용자의 독서 취향을 묻는 온보딩 페이지
리더십, 심리학 등 카테고리별 책 추천 기능
독서 현황을 시각화한 대시보드와 관리자 페이지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픽셀을 옮기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대신 본질적인 기획 고민에 집중했다.
어떤 데이터가 대시보드에 보여야 기획 의도에 맞는가?
사용자 관리 탭에서는 어떤 액션이 필요한가?
Cursor AI는 내가 텍스트로 정의한 PRD(제품 요구사항 정의서)를 이해하고, 불과 몇 분 만에 3D 책 이미지가 적용된 인터랙티브한 화면을 구현해 냈다.
서비스의 뒷단, 즉 어드민(Admin) 페이지는 기획자에게 있어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상세한 기능 명세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보는 화면이 아니다 보니 리소스를 쏟기엔 늘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Cursor AI는 "이 서비스의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어줘"라는 단순한 요청만으로 기획서 없는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놀라운 점은 단순히 게시판 형태의 CRUD(등록/수정/삭제) 기능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본질을 스스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AI는 현재 개발 중인 독서 앱의 맥락을 이해하고, '독서 패턴 분석', '목표 달성률', 'AI 요약 생성 통계'와 같이 운영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표들이 포함된 대시보드를 선제적으로 구성해 냈다. 일일이 컬럼을 정의하지 않아도 데이터의 맥락을 읽고 필요한 기능을 역제안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AI가 가져온 백오피스 구축의 혁신이다.
Cursor AI는 단순한 코딩 툴이 아니다. 그것은 기획자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변환해 주는 가장 강력한 통역사다. 이제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역량은 '어떻게 그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싶으냐'에 달려 있다. 상상을 실재(Real)로 만드는 장벽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우리의 상상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