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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비치는 빛의 물결

존재의 신비가 드러나는 마음의 작용



잘 빚은 마음빛을 두르고 아침을 반긴다.

모든 만사가 마음 안에 있음을 확인할 때에 공연히 분주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의 강박이 사라진다. 모두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삶의 즉물성에 내 모든 의지를 내걸고 나면 결국엔 내가 바라봐야 할 곳을 놓치고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 속에서 맴돌며 고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나만의 정원을 꾸미는 일이었다. 텃밭이 딸린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한 뒤 나는 씨앗을 뿌려 싹이 틀동안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까 설레는 나날을 보냈다. 여러 꽃들이 활짝 핀 자리에는 늘 정해진 시간이 되면 나비 떼가 찾아왔고 나는 그 속에서 마음밖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던 현상의 흐름과 잠시 멀어져 있었다. 정원을 돌보고 누리는 일은 마음을 돌보는 일과 같았다. 꽃과 나비의 향연 속에서 눈을 감으면 마음의 본성과 자정능력이 서서히 깨어난다. 나의 마음은 마음에 그치는 언어의 작은 경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신령한 공간이다. 지성의 공간이기도 한 이 마음의 작용은 자신이라고 여긴 것보다도 더 커다란 세상의 모든 일들과 연결되어 있다.



세상의 어떠한 가치도 이 마음의 단초 안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모든 외경은 이 마음하나를 바라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나는 지난 경험으로 깨달았다.

어떤 일의 방법을 찾을 때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거나 그것을 창조해 낼 힘이나 자원이 없다고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은 자신의 내부보다 좀 더 견고하고 완벽해 보이는 외부로 향했다.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내부의 평지가 아닌 외부의 미로를 걸으며 그것을 유일한 삶의 방향과 동경이라 여겼다.

자신의 시선이 밖으로 향하는 순간 곧 내면의 균형감각은 무너지게 된다. 나보다 더 좋은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외부의 아우라에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권능을 속절없이 넘겨준 셈이 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의 불편한 느낌들은 내가 지금 올바른 방향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내가 옳다고 느낀 생활의 방식이나 믿음이 내게 주어진 본성과 어긋나는 길이었을 때 삶은 편안하지 못한 마음을 통해 새로운 지도를 건네준다. 그런 날에는 내가 무엇에 영혼을 빼앗기고 나의 문제를 오직 외부와 연결되어 고집스럽게 해결하려고 했었는지 외부에 의탁한 나의 마음과 의지에 대하여 성찰하게 된다.



우리는 마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장소와 연결된 감각과 지성을 함께 갖고 태어난 귀한 존재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 희박한 가능성에 대하여 불교경전에서는 '거북이가 100년에 한 번 바다 위로 머리를 내밀 때, 바다에 떠있는 작은 구멍 난 나무에 그 머리가 정확히 들어갈 확률보다도 인간으로 태어날 확률이 더 희박하다'라고 했다.

그 희박한 확률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만물의 흐름이 왔다가 가며 때로는 눈앞의 대상이 맺혀 조화나 부조화로 감응하는 마음 안의 길. 마음 안의 헤아리는 능력으로 인해 우리는 마음의 넓이를 측정할 수 없는 곳까지 이르게 했고 마음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었으며 마음의 빛을 비추어 눈앞의 일과 먼 미래를 가늠한다.

우리가 가진 마음은 모든 사물이 탄생되어 나온 곳이다. 음과 양이 펼쳐지는 곳에 마음의 작용이 빚대어 지면 우리의 마음이 의지가 되어 세상에 드러나곤 했다. 텅 빈 마음은 음과 양을 조화롭게 하고 균형을 유지한다. 마음이 마음밖의 것으로 왜소해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의 크기였을 때 모든 마음을 뛰어넘은 마음의 지성이 드러나고 개인적인 시야를 벗어난 관점속에서 진리를 식별할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이 속박되어 더 이상 옴짝달싹 못할 때에는 귀중한 신호를 찾아 자연을 느끼고 있는 내면의 주시자를 느껴보길 바란다. 그 주시자는 늘 마음 안에 살고 있다.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면 내가 잠시 나의 마음보다 하찮은 어떤 것을 나의 집에 들여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내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릇된 마음 안의 파장이 내 마음의 본성인양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은 자신의 본성을 알아 저절로 뻗어가는 방향성이 있다. 마음의 빛은 좁고 혼탁한 시야를 새로운 마음으로 정화시켜 마음의 선한 의도를 회복함으로써 마침내 모든 생명의 이로운 길을 마주하고 선택하게 한다.



결국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삶은 언제나 텅 빈 공간을 인식하는 자기 내면의 주시자가 되기를 원한다. 만져지거나 보이진 않지만 모든 일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인 이 마음을 잘 운용해 가는 일이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가 개인의 운명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곳의 단초이자 생명을 지지하는 올바른 방식으로 번성하는 길이 될 것이다. 마음을 잘 빚어가려는 정성된 마음이야말로 마음을 마음답게 일궈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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