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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름다움은 가장 낯선 장면에서 다가온다.

영혼을 향한 노크


곧 바닷물이 어둠에 잠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바닷물이 어둠에 잠기는 시간이 되면 나는 빛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모든 눈앞의 현상이 아련하게 공기 속에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빛의 굴절 때문이 아니라 빛이 대지에 닿은 깊은 포옹을 놓치기 싫어서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왜 이토록 발을 뗄 수 없게 아름다운 몽상을 보석상자처럼 내미는 것일까. 마치 맡겨진 상자 안에 세상의 끝이 놓인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우연히 손에 쥔 인간은 곧 이별할 것 같은 아름다움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것일까...

자취가 없는 곳에서 탄생하고 있는 지구의 첫 모습을 빛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고 있는 저녁식사자리에서도 나는 무연히 고개를 들어 빛의 감정을 타이르고 혼자 있는듯한 세계의 적막감을 느꼈다. 빛의 적막은 늘 황홀했다. 마치 세상을 미니어처처럼 만들어놓고 애틋하게 그 작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빛은 눈앞의 현상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세계임을 말해주는 것 같아 나는 잠시 내가 몸담고 있던 견고한 세상에서 벗어나 현재를 앞선 미래 속에서 회상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있는 곳이 언제나 현재라고 믿고 있는 인간의 신념을 녹이고 싶은 자연의 충동 같았다.

현실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체념과도 같고 추상적인 꿈들과 이상에 대해 점점 부풀려지고 있는 소중한 동경 같은 것이 뒤섞여 나는 수많은 감정이 쌓인 평화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빛은 내 안의 세계에서 한 발자국, 내 영혼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조화였다.

회상하는 듯한 세계의 덩치가 눈앞에 커져 곧 무수한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었다.

점점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검은 바다의 출렁임을 귀로 듣고 발끝에서 느끼며 낯선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고 있다는 강렬함에 귀속되었다.

나는 그때 나 자신을 향해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오랫동안 주시하며 존재 안에서 불을 켜려고 했던 말을 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어떤 것이든 아름다운 것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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