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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삶이 말하려는 것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현실을 창조할 영웅



신비주의 사상가 네빌 고다드는 성경을 전통적인 종교적 관점이 아닌 심리적, 비유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사람이다. 그는 마음이 곧 현실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현실의 자극을 뒤로하고 마음 안의 생생한 상상력이 '우리가 지닌 잔혹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가정이 현실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가정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정도에 비례한다

- 네빌고다드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마주하게 된다. 현실의 흐름을 전복시키는 어떤 불가능한 일이 펼쳐지는 순간 그 일의 결과가 언젠가 마음속에 그리던 상상 속 모습과 연결되는 기적을 말이다. 내 삶에 적용한 시각화의 경험은 내가 내 의지 안에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울수록 마음 안의 현실이 더 생생하게 작동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실화의 다른 조건은 눈앞의 현실이 바뀌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 바뀌고 싶은 나의 마음과 갈등하지 않는 것에 있었다. 현실의 거대한 흐름에 따라가는 척 하지만 내가 믿는 것은 눈앞의 현실이 아니라 나의 마음속 현실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그저 조용히 아는 것이다.

눈앞의 상황이 불리할수록 마음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면 마음이 드디어 맹목적인 믿음이 될 때라는 것이다. 믿음은 존재를 만든 힘과 같아서, 새로운 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잠재의식이 느끼는 순간 필연적으로 마음밖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믿음이 작동하는 방식이고 믿음이 갖는 운명이다.


믿는 것과 존재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네빌고다드


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한신이 조나라를 치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갔을 때, 조나라 군대는 수적으로 우세했고 지형적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한신은 병사들을 강을 등진 곳에 배치했고 병사들은 죽을 각오로 싸우게 되어 대승을 거두었다.

한신이 퇴로를 없앴기 때문에 병사들은 전력을 다해서 싸운 결과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배수진(背水陣)이다.


이것은 마치 마음 안의 작용과 같다.

우리는 현실이 언제나 마음보다 우세하다고 믿고 있다. 결국 마음이 현실을 전복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의 전복이다. 우리가 어디에 마음을 전부 내어주었는가 생각해 보면 마음의 현실이 아니라 외부의 현실에 믿음을 부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 속에서 눈앞의 현실 이외에 또 다른 현실이란 없다는 나의 고정관념은, 혹은 나의 개인적 의지 안에서 그동안의 삶이 펼쳐졌다는 믿음은 드디어 삶 속에 내려놓을 기회를 얻는다. 존재는 삶의 흐름에 내맡긴 채 눈앞의 현실을 너머 영혼이 원하는 현실을 품는다. 현실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삶이 해결해 주리라는 마음의 맹목적인 믿음은 현실 너머 자신의 상상력이 작동되게 한다. 불가항력적인 현실 속에서 에고의 모든 의지와 불평은 신이나 삶 자체에 맡겨지고 내가 원하는 현실 속 기쁨만이 존재의 상상력을 유지시킨다. 이 비밀스러운 기쁨이 현실 속의 모든 불안과 부조화를 무너뜨린다.

내려놓음의 지극한 상태에서 하는 모든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다. 삶이 나를 이끌어가는 작용 안에서 삶은 나와 하나가 된다.


조셉 캠벨의 '자기 안의 영웅'은 개인의 한계를 벗어나 삶이 이끄는 더 큰 목적과 마주하여 자기 안의 위대한 소명을 실현시킨 영웅을 말한다.

그것은 마이클 싱어의 삶처럼 삶의 부름에 응하고 그 목적을 위해 개인적 차원의 모든 생각을 내려놓은 내면의 균형을 이룬 자이다.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현실은 때로 악역을 맡는다. 그때의 현실은 언제나 나의 삶보다 작다.

변장한 눈앞의 현실이 사라지고 마음속에 품은 현실이 빛을 드러냈을 때에 나는 현실이라는 강을 등지고 잔혹한 현실의 요구에 당당히 맞서 오직 믿음으로 현실의 판도를 바꾸었음을 깨닫는다.

각자의 삶이 마땅히 드러나야 할 때에,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 없이 그저 믿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은 작고 연약한 하나의 인간일 뿐인 내가 개인적인 나를 의지한 불안감보다 삶 자체를 의지 했기 때문에 얻어지는 마음의 확고함이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현실이 드러날 때마다 '그것은 우연일 거야'라는 내면의 속삭임까지도 삶이 포용한 것이기에 내버려 둔다. 그저 삶이 이끄는 고귀한 능력을 나의 잘못된 믿음이 잘라내지 않도록 한다.


나의 마음속 현실이 눈앞의 현실을 이겨내고 또 한 번 삶이 될 여정을 시작 하고 있다.





조셉 캠밸: 미국의 신화학자이자 비교종교학자, 작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 그의 대표작이다.

마이클 싱어: 미국의 영성 작가이자 명상 지도자. '상처받지 않는 영혼'과 '될 일은 된다'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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