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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도감

우연한 빛들이 모여 삶을 이루면

과거와 현재를 통과하는 길

빛을 껴안은 것들이 공중위에서 몸을 떤다. 장미꽃 핀 담장을 너머 수채화 같은 마을 골목길 여기저기 연한 초록으로 피워낸 나무의 본성이 명확한 사고가 간섭하지 않은 곳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음악처럼 사람을 불러 세운다.

우연이 가진 힘이란 분명한 자국이 없는 곳에서 출몰한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사람, 그때의 말 한마디였으므로 그 흐릿한 우연들이 어떤 이의 질문에 답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고 미래나 과거를 떠돌다 현재에 도착해 삶의 잔잔한 안락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삶을 느낀다는 자각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현재의 나를 조건으로 맺어진 계산적인 생각들이 아니라 현재 안에서 건져 올려진 자연스러운 생명의 신호를 따라가는 길일 것이다.

이런저런 걱정과 앞선 생각들보다도 내가 지금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나의 본성과 일치하는 나의 길에 마주하게 되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날이다.

생각의 힘이 기울어진 곳에 패인자국이 생기면 그늘이 생기고 빛이 드나들며 어떤 날에는 깊은 웅덩이가 되기도 한다. 그 자국은 세상과 안간힘을 쓰며 저만의 고집으로 관계 맺으려는 것 같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인간의 품을 넓어지게 하려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각자 다른 마주침이겠지만 너무 끈질기게 어떤 사유를 붙들어 맨다면 도리어 길을 잃기도 할 것이다. 이 땅 위에 오래 착지해 뿌리내리려는 생각을 지나, 그저 흘러가는 세상 속에 나를 놔두면 본성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몸을 세워 바람 속에서 자신의 방향을 읽을 것이다. 생명을 생명답게 하는데에 작위적인 힘은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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