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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도감

글 쓰는 마음이 허밍을 할때면

어제와 오늘의 나 사이에 다다른 곳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판단기준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순간 어떤 진실과 조우하게 되면

글쓰기를 계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글쓰기 전의 세상과 글을 쓰고 난 후의 세상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


비록 현실적으로는 바뀌어있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모르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용한 힘들의 합과도 같이 글의 힘이란 시간이 흐르면 내 안에서 자연적으로 고이는 내 순수행위에 대한 반사적인 힘인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미비하여 쓰나 마나 한 내 글 속 어디선가, 세상 속으로 뻗어간 통로를 향해 흘러가는 희망의 빛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힘들의 작용 때문인지 글을 쓰는 동안에는 잦은 통증이 있던 몸속 자리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어느새 내가 나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변화하는 타이밍이고 내 안의 세상 또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이 점점 막강해지면 일상에 품고 있었던 마음속 두려운 것들과 진한 허기들이 모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확신의 자리다.


하지만 그 순간을 맞닥뜨리고 또 반복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이상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가치에 대해 또다시 의심하게 된다. 누구보다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살아온 나도 현실 속에서는 늘 나의 힘을 의심하며 나의 목표를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더 큰 목표 뒤에 놓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고 믿었던 모든 명료한 사실들과 신념속에 나의 가치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단지 내 가치가 이 현실 속에 증명되거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할수 없다는 것에서 나 자신의 삶에서 나의 가치관과 목표들을 더욱더 밀려나게 두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사실 진정한 개인의 자유로운 삶은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일텐데 말이다.

생기 없이 사회와 합의한 접점속에서 현실의 안정과 내가 생각한 다른 종류의 기쁨들로 대체하며 그 대체물들사이로 때로 흔들리는 나의 삶이 그저 괜찮다고 여긴것은 아니였을까...

나의 목표를 조금 더 뒤로 미루면서도 언젠가는 이루어야지 라며 내가 없는 곳에서 달콤한 시간만을 기다렸던것은 아니였을까...


나를 살게 하는 진짜 힘을 발견했다면 오로지 그것으로 매 순간 삶의 기회를 살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조금씩 페달을 밟아가고 이상 내가 유일하게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계속해서 마음껏 펼쳐놓는 일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한번쯤 경험해본 사람은 반드시 그 길을 따르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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