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일을 부지런히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타고난 장점은 성실성이므로 나는 이 근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잘 알고 있다. 때로 나는 지상의 흐름들을 사유로 불러와 궁금해하고 풀리지 않는 실을 풀으려는 듯 공중에 선회하는 사유의 빛깔이나 모양을 문장으로 그려본다
글쓰기는 늘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닮았다. 정오의 산책, 태양과 마주하기, 침묵하기, 고양이 돌보기... 모두 다 결승선이 없는 곳에서 나 혼자 시작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이 세상과 아무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 같지만 그 행위란 곧 미시적인 공간 안에서 거시적인 것을 느낄 수 있는 어찌 보면 세상의 중심이자, 완전체인 곳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도 소란이 있었고 흔적이 없는 곳에도 무언가 약동하기 위해 공기와 접촉하는 공명의 시간이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좀 더 분명하게 존재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잘 쓰든 잘 쓰지 못하든 그것이 글쓰기 이므로 그 강렬한 체험을 향해 늘 대가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믿음이 현실적 세상의 논리와 다르지만 방안 구석에서 시작된 팽창이 거대해져서 이 세상 안에서 어느 날 갑자기 톡, 하고 쏟아지기를... 그곳에서 나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문득 바라는 날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