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마치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은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수만 가지 사유나 시간의 진동을 느낀다. 느리게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사유가 그 사람 안의 풍향을 바꾸고 귀를 세우게 해서 오랫동안 그 멈춘 자리와 쉽게 헤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속도와 의미 안에서 세상을 느끼고 있지만 어떤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단정짓기 어렵다. 자신의 정서대로 세상을 키워나가는 방식이 제각각이지만 어떤 원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애초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에 더 깊이 관련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지식과 호기심의 갈증을 넘어 앞으로 우리의 행동방식이 있게 될 곳은 '느껴지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됨을 경험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보이지 않는 것들과 연결되어서 감수성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으며 영감을 얻고 사유 속에서 크고 작은 신비를 경험하는 일상 속에 놓여있다.
어쩌면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인간은 더 큰 우주나, 신과 독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현듯 스친 사유의 빛 속에서 , 갑자기 찾아든 마음 안의 평화가 밀물처럼 흘러 들어서 이것이 무엇일까 하고 마음을 들여다보았을 때에 나는 주위에 보호수처럼 얽힌 수많은 나무와 대면하고 새소리에 안식을 얻을 때가 있었다. 분노한 마음이 한순간에 평화로 잠잠해졌던 그 다정한 온기는 어떤 결과를 예측하느라 세상과 싸울 것이 아니라 그저 눈을 감고 지금 느껴지는 평화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라고 속삭인다.
나의 내일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신비속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