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셰어하우스 만들기 11화
10만 원이 날아갔어요. 이유는 ‘강아지 털’
이사 청소를 맡기느냐, 직접 하느냐. 이 선택 하나로 지갑이 울고,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청소가 끝났을 때에는 집은 깨끗해졌지만, 마음이 콱 막힌 듯 답답했습니다.
"꼭 이사 청소 맡겨. 네가 하지 말고"
프로 이사러 S는 투룸을 혼자서 청소하고 며칠간 침대와 한 몸이 됐대요. 집을 구하기 전이었는데도 이 조언을 먼저 해줬죠. 그 단호한 말투에 청소는 꼭 맡겨야지 다짐을 했습니다.
이사 일주일 전, 당근으로 청소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평수가 중요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없는지, 베란다는 확장형인지에 따라 추가요금이 붙고. 업체마다 가격도 다 달라서 이십만 원부터 오십만 원까지.
차라리 내가 청소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알아보는 데 지쳤지만, 결국에는 후기가 괜찮으면서, 금액이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곳에 의뢰했습니다.
추가비용: 13만 원
곰팡이 3만 원 + 동물털 10만 원
청소 당일, 팀장님이 사진과 함께 새로운 견적을 보냈습니다. 예상도 못했던 추가비용이 나왔어요. 베란다 곰팡이는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강아지 털이 무려 10만 원이라니?
제가 아무리 비건이어도, 이전 세입자의 강아지를 귀여워했어도, 그 털값까지 사랑하진 못하겠더라고요. 10만 원이나 더 쓰게 만든 전 세입자가 조금 야속했습니다.
“걸레를 빨아 쓸 수 없어서 다 버려야 하니, 어쩔 수 없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렇다는데, 어쩌겠어요? 할 수 없이 알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우려했던 베란다 곰팡이는 말끔히 사라졌고, 동물털은 한 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틀 먼지, 화장실 변기, 주방 후드까지 반짝반짝. 아쉬운 부분은 말씀드리니 끝까지 꼼꼼하게 청소해 주셨어요.
그래, 이 정도면 괜찮지 뭐. 지갑은 울었지만 마음은 덜 울며 나름 만족했습니다.
“나도 맡겼을 때, 곰팡이 때문에 20만 원을 달라고 하더라고.
'그럼 곰팡이 빼고 청소해 달라' 했더니 안 된대.
그럼 그냥 가시라 했더니, 20만 원이 3만 원이 됐어.”
S의 이야기를 듣고 아뿔싸 싶었습니다. 청소업체들의 전형적인 바가지 레퍼토리에 내가 걸린 거였구나! 그리고 나처럼 잘 몰라서 당하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겠지.
진짜 필요한 금액도 아닌데, 본래 견적에 50~100%를 추가비용으로 요구하다니, 속상하고 괘씸했습니다. 이사 청소를 맡길 친구가 있다면, 꼭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은 외국인 여성분들이었지?
팀장이라는 남자는 청소는 안 하고 잡도리만 계속하더라.
상태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분들을 보니까 뭐라 못 하겠더라고.”
같이 살다가 독립한 Y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집을 청소해 주신 분들도 외국분이셨던 것 같아요. 우리 집은 여성 청소인력들이 먼저 퇴근하고, 한국인 남성 팀장이 마무리를 했어요. 하지만 청소 업계에서 젠더와 국적의 위계로 노동을 착취하는 게 만연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현실이 무력하게 느껴졌습니다.
깨끗해진 집보다, 지워지지 않는 구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간 브런치가 뜸했죠? 사실, 지난주에 새로운 집에 새로운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이사를 했어요!
처음으로 용달 이사를 이용해 보고, 짐 정리도 하고, 새로운 물품도 들이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집에 옵션이 없어서 정수기, 세탁기, 인터넷 이런 건 제가 직접 해야 되더라고요.
요즘 세탁기 같은 가전은 구독으로도 잘 나와있어서 LG 스토어와 당근을 비교하기 바쁘네요 하하
글 잘 읽고 있다고, 도움 되었다고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또 직접 말씀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에피소드 잘 풀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