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도동 봉천동 난곡

20. 기수

by S 재학

전혀 가볼 일 없는 동네를 갈 때가 있다. 오래된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때 모습이 지금도 있으면 가슴 아플 것 같은 기대로 간다. 상도동, 봉천동, 신림동이 그렇다. 그 동네에서 살지는 않았다. 십대의 일부분을 봉천동과 상도동 고개를 넘나들었다. 난곡 골목을 휘젓고 다녔다.

용두동 철공소 다락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금송과 서로의 체온으로 버텨냈다. 끌어 덮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깔고 덮으며 잤다. 얼음이 녹고, 플라타너스가 봄맞이를 준비할 때 금송에게 말했다.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할 거야. 여기서는 공부를 할 수 없어.’

가방을 매고 나오는데 금송이 울었는지 부은 눈으로 돌부리를 걷어 차며 중얼거린다. 욕을 섞어 가며 뭐라고 하는데 격려의 말이라는 것은 짐작했다.


달방을 얻고 나니 가지고 있는 돈이 남김 없이 사라졌다. 계획을 수정했다. 낮에 일하고 야간 학원을 다니자. 다시 전단지 붙은 전봇대를 찾아 다녔다.

일일공부 배달원 모집

교통비 제공

이거다. 배달은 내 시간이 있을 거다. 부지런히 배달 하고 남는 시간은 공부하자.


상도동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봉천동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2호선 지하철 공사로 하루 종일 버스가 막혔다. 학습지 사무실은 고개 너머 첫 번째 정류장 옆 3층 건물이었다. 상자를 입구까지 쌓아 놓은 봉제 공장을 지나면 곧바로 2층 내부가 보였다. 사주, 관상, 점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여 있고 언제나 문이 열려 있어 내부가 저절로 보였다. 지나칠 때마다 불단 위 불상과 눈이 마주쳤다. 무서움과 신기함이 교차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어 오르내릴 때마다 안보는 척하면서 열심히 들여 봤다. 그때마다 조그맣고 얼굴이 하얀 남자가 빙그레 웃었다.

학습지 사무실에는 사장과 왜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장 남동생, 그리고 기수 나이 또래 둘이 일했다. 이 친구들이 언제부터 이 일을 했는지 친해진 후에도 말을 하지 않아서 모른다. 하지만 둘은 잘했다. 여기서 일은 영업, 즉, 학습지 개척을 말하는 것이다. 하루에 교통비로 토큰 두 개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러면서 사장이 말한다.

‘학습지 개척을 해 오면 30%가 네 거야.’

일일공부를 한 달 보는데 3,000원이다. 그중 900원이 내 돈이다. 하루 두부씩 개척하면 한달60부, 54,000원이면 괜찮네가 아니라 아주 좋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습지를 한 달에 세 부 이상 영업하지 못했다. 그런데 춘호와 대근이는 정말 하루 두 부 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세 부도 개척했다. 신기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가짜로 카드를 작성했지 싶었다.


이미지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hty.top&where=image&ssc=tab.image.all&query=%EB%B4%89%EC%B2%9C%EB%8F%99+%EA%B5%90%EA%B0%9C&oquery=%EC%A0%90+%EC%A7%91&tqi=je1gxspzLiwssEXODTlssssssa8-166753&ackey=g0xp01yq#imgId=image_sas%3Ablog_22765cfc13b92f69b8b03e83aab1e37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금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