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이 겪는 딜레마 : 조직관점에서 해결하기
조직의 기대, 구성원의 기대, 그리고 리더라면 이래야 하지 않을까라는 암묵적인 기대..
리더의 역할이 기대의 총합이라 한다면 리더는 버겁기만하다. 어디까지 어느만큼 해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건지... 다양한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그 기대간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방법을 써보지만, 뭔가 해결이 되지 않는 듯 하다. 도대체 리더는 어찌하라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될 리더의 딜레마 상황을 두고 이것을 해결해 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아래의 상황은 많은 리더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일 것이다. 팀원 모두가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목표는 미달했고, 그 과정의 노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 A, B, C 등급으로 구성원을 나눠야 하는 상황, 게다가 조직에서는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정은 업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 상황이다.
이런 순간 리더들은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될까? "리더니까 힘들어도 당연히 해야지"라는 의무감, "이렇게 평가해서 관계가 틀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이 판단이 맞을까? 나 혼자 해야 한다니"라는 고립감. 그리고 "회사는 이렇게 해도 부족하다 하네"라는 배신감까지. 리더들은 이러한 복합적이고 모순된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게 되고 이러한 감정 속에서 좌절감과 함께 나의 감정을 차단하거나 무시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베이트슨이 정의한 '이중 구속(Double Bind)' 개념은 리더들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서로 모순되는 두 개 이상의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전달되고, 둘 다 따르기 어려우며, 그 모순을 지적하거나 문제 제기하는 것조차 금지된 상황을 이중 구속이라 정의하고 있는데, 리더들이 처한 많은 상황들이 이에 해당한다. 즉, 팀원 편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회사 편을 들어야 할지 두 개 이상의 기대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면서 둘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어려운 상황, 게다가 이 상황이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문제인 것 같은데 이를 표현 할 경우 '부정적'인 리더,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무능력'한 리더로 낙인 찍힐까 이야기 할 수 없기 상황, 더 큰 문제는 리더는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리더 역할을 맡은 이상 회피할 수 없고, 선택을 거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된 감정 속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리더는 결국 번아웃에 이르게 된다.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게 되며, 이러한 리더가 있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으로서 성과를 창출해 내기 어렵게 된다.
험프리(2005)라는 연구자는 "감정 노동을 통한 리더십" 개념을 통해 리더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며 이를 '관리자나 다른 리더들이 감정 노동과 감정 표현을 사용하여 구성원이나 추종자들의 기분, 감정, 동기,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리더는 구성원의 기분과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수행하며,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감정 노동을 하고 있다고 것이다.
감정 노동 관련해서는 이미 혹실드(1983)에 의해 "상대방이 원하는 기분으로 만들기 위해, 직원이 자신의 감정을 만들어내거나 억눌러야 하는 것"이라 정의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 볼 만한 점은 감정 노동이 발생하는 직업의 특징안데,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대중과 지속적으로 대면하고 접촉함
타인에게 특정 감정 상태를 만들어내야 함
고용주가 훈련과 감독을 통해 직원의 감정 활동이 통제됨
위의 세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조직의 리더 또한 구성원 및 상위 리더와 지속적으로 대면하여 소통하고 있으며, 그들의 만족이라는 특정 감정 상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역할을 기대 받고 있고, 이를 위해 리더 개인의 감정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교육 및 규칙 등이 제공되고 있는 상황과 연결해 볼 수 있다. 결국, 리더 역시 감정 노동자로서의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 노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먼저, 내면의 감정과 다른 감정을 겉으로 표현해야 하는 Surface Acting 유형, 표현해야 할 감정을 실제로 느끼려고 노력하는 Deep Acting 유형,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표현하는 감정이 일치하는 Genuine Emotion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중 가장 난이도가 높고 에너지 소모가 많은 단계는 Surface Action 유형이며, Deep Action 유형은 좀 더 마음은 편해질 수 있으나 그 효과는 지속적이지 못하다. 결국, 리더가 가장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태는 Genuine Emotion 유형으로, 이러한 상태로 리더가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도록하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노력이 필요없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들은 이미 Surface Action에서 Deep Acting 유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성찰과 학습,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되지 않는 시스템과 구조 안에서 개인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그것을 개인의 역량 및 노력 부족의 문제로만 접근한다면, 앞서 이야기 한 번아웃 과정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정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그래서 리더들이 본연의 역할을 불편한 감정없이 수행하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구조와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해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리더를 감정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개인 뿐만 아니라 조직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리더들이 어려움을 겪는 지점을 파악하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하며, 리더들끼리 함께 변화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리더십 팀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더가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부족함이나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이슈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조직 안에서 리더의 감정은 개인만의 몫이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면, 조직에 질문하고, 이야기하여 변화하기 위한 시스템과 구조를 함께 바꾸어 나가고자 노력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리더의 목소리를 '정보'로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조직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리더가 행복해야 조직이 행복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건강한 조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참고문헌]
Humphrey, R. H., Pollack, J. M., & Hawver, T.(2008). Leading with emotional labor. Journal of Managerial Psychology, 23(2), 151-168.
Hochschild(1983). The Managed Heart: Commercialization of Human Feeling
van Kleef, G. A., & Côté, S. (2022). The social effects of emo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73, 629-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