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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우 Oct 22. 2024

협주곡, 겨울

24년 아르코 창작 발표 지원 선정작

협주곡, 겨울           정선우        



횡단열차는 바다를 향하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눈은 종일 온다     


역사에 놓인 피아노는 늙은 고양이를 찾고 있었을까     


눈은 아무 일 없어서

오고 가는 발자국을 덮어버리고      


내게 와닿은 일마저 잊어버린

겨울을 더 겨울이게 하는 

동백이 노을빛으로 쏟아지고

차창 너머 바위가 짐승처럼 웅크린다


자작나무를 훑는 바람의 하울링 

겨울은 소리에서 색깔을 지운 울음 같은 것      


오직 겨울만 있는 방향으로

느리게 

끝물처럼 느리게 겨울이 지나갔다     


열차의 끝 칸 지붕에 부딪힌 햇살이

반짝 빛나다 사라질 때     


열차는 바다 위를 달리고       


창문 밖으로 파도의 악보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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