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아르코 창작 발표 지원 선정작
호수에 파묻힌 달이 다시 떠오른 건
돌아갈 곳이 거기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였다
놓친 사과가 길을 건넌다
지나가는 트럭과
으깨진 사과, 사이
밭은기침이 터져 나왔다
속을 다 보여주는 습관적인
흰 말투 속의 검은 씨앗들
나무처럼 깍지를 끼면 깔깔한 마음이 만져졌다
압정으로 박아놓은 혼잣말,
너였을까 나였을까
밤안개가 뒤척이면 가라앉는 쪽이
사과나무 위의 밤에 들어 몰래 훔쳐 먹은 달은 달았다
사라지지 않을 빛처럼
굵은 가지 부러지는 소리
별이 보이지 않으므로
시인은 거짓말을 펼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기억을 더듬고 있을 라디오를 껐다
비의 고군분투는 바닥을 위함이었을까
삭아버린 폐가처럼
오래전 공기가 갇힌 방과 커다란 창문은 뼈대만 남기고
해안 쪽으로 흘러가 버렸다
물고기도 아닌 주제에
풀을 먹인 여름은 흐물흐물해졌고
매 순간 깊어가는
오늘 밤만 빳빳하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