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아르코 창작 발표 지원 선정작
달리던 날들은 비포장도로였다, 비를 뚫고.
물고기가 바위 되고 바위가 산이 된 만어산만이 우리를 받아주었다. 물고기가 되었을까? 바위산으로 무거워졌을까. 반짝이는 모두는 향기가 없다는 걸 알아버린, 악몽을 놀이 삼아 꾸던 스물.
사진 속, 역광으로 네가 울고 있었다. 한 쪽으로 기운 어깨가 세상 변방 같았다. 멀쩡한 날씨엔 일기를 쓰지 못했고, 이따금 운신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무들이 자랐다. 필터를 갈아 끼우면 나도 달라지던 여름 끝자락엔 네가 찍혀 있었다. 등 뒤로 태양이 꺼져가고 있었다.
상제나비 앉았다 간 나무 아래 꽃들은 자주 태엽이 풀렸다. 나무의 낯을 흘깃대며 여우비가 내렸다.
울려는 얼굴을 찍은 사진이 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쏟아진 꽃병, 쓰러져 흠뻑 우는 꽃들만이 스물처럼 있었다.
막차 표, 어김없는 자정, 쓸려가는 나날들.
어디쯤이니? 묻는 질문을 공중전화가 동전처럼 놓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