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공정한 시인의 사회
- 빈집
죽어줄까 말까
한 발 스치는 인연
피할까 말까
가을이 하늘과 찬란하게 동행하는
사람들
땅속으로 난 길을 찾듯 발이 느려진다
죽어줄까 지루한 습관도
와서, 오래도록 지나쳐 간다
걷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는 나는
바닥에 박힌 돌이 지켜보고 있을 때
빈집은
은행나무 가지마다 단단한 눈물을 매달아 놓았다
눈물이 흔들리다 떨어진다
여름밤의 그림자처럼
일생을 수렴하는 한 폭의 방정식처럼
먼지가 날린다
너는 여전히 가고 싶은 곳이 있구나
바람이 분다
먼지는 복종하지 않는 우주
히스테리이자 내용 없는 물방울
붐-
사람과 사람
사이
희망을 짐 진 나귀처럼, 나는
아무도 준비하지 않는 미래가
천천히 빈집 앞을 흘러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