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이력서에서 스토리텔링 하는 방법
첫 번째 글을 올리고 나서 몇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쓰라는 건 알겠는데, 저는 그냥 정해진 업무만 했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업무인데 이걸 어떻게 프로젝트처럼 써요?"
"특별히 개선한 게 없는데... 그냥 시키는 일만 했거든요."
12년간 인사업무를 하면서 정말 질리도록 들은 말입니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대답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신에게도 프로젝트는 있습니다.
다만 그걸 '프로젝트'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럼 루틴 업무 속에서 숨어있는 프로젝트를 찾아볼까요?
루틴 업무 속에 숨어있는 프로젝트를 찾는 법
게임사에 C&B매니저로 입사하여, 이제 만 2년을 채운 분과 커피챗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약직이셔서 종료 시점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 커피챗을 요청하셨지요.
이력서를 건네며 첫 마디가, "저는 그냥 매달 급여 계산만 했어요." 였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말 그냥 계산만 했나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처음 그 회사에 입사했을 때, 급여 프로세스가 완벽했나요?
아니면 엑셀 수식이 엉망이어서 고친 적 있나요? 혹은 기존에 사용하던 ERP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한 경험은 없으신가요? 혹은 매달 같은 질문을 받아서 FAQ 문서 만든 적 없나요? 연말정산 시즌에 문의가 폭주해서 뭔가 바꾼 게 없나요? 진짜 그냥 정말 계산만 하셨어요? 정말요?"
이게 다 프로젝트입니다.
이력서에 어떻게 표현하냐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드릴게요.
Before
급여 업무 담당 (2023.11 - 2025.11)
After
- 급여 업무 프로세스 정비 및 효율화
- 전임자 인계 시 발견한 수기 계산 오류 문제 → 엑셀 수식 자동화 구축, 계산 오류율 제로화
- 연말정산 시즌 1인당 평균 문의 5건 발생 → FAQ 가이드 제작 → 문의 건수 60% 감소
- 월 급여 마감 평균 5일 소요 → 체크리스트 표준화 및 일정 관리 시스템 도입 → 3일로 단축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전자는 '그냥 일했네'이고, 후자는 '문제를 해결했네'죠.
"아무것도 바꾼 게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저는 꼭 다시 묻고 싶어요.
정말 아무것도 안 바꿨나요? 그럴 리 없어요. 다시 잘 생각해보세요.
- 헷갈리는 걸 정리해서 메모했던 경험
- 실수하지 않으려고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던 경험
- 같은 질문을 받아서 답변 템플릿을 만들었던 경험
-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을 줄이려고 방법을 바꿨던 경험
- 팀원이나 동료한테 설명하면서 자료를 만들었던 경험 등
이것도 다 프로젝트예요.
당신이 프로젝트라고 부르지 않았고, 그러니 '프로젝트 명칭'이 없을 뿐이죠.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우리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2년간 매일 똑같은 업무를 했을까요?
처음에 입사했을 당시와 지금 현재 똑같이 일하고 있을까요?
분명히, 2년간 매일 한 일은 똑같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효율을 높였을 것입니다.
이게 프로젝트입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물었어요.
"저는 CS 상담 업무만 3년 했는데, 매일 똑같은 문의만 받았어요. 이력서에 뭘 쓰죠?"
그래서 제가 되물었어요.
"3년 동안 매일 똑같았나요? 1년 차 때랑 3년 차 때 똑같이 일했어요? 정말?"
"아뇨, 처음엔 답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나중엔 빨라지긴 했죠."
"어떻게요?"
"자주 묻는 질문들은 제가 답변 템플릿을 만들어뒀어요. 그리고 케이스별로 분류해서 노션에 정리해놨고요. 이 내용을 바탕으로 AI agent를 활용해 FAQ를 만들었어요."
"그렇죠. 그러면 OO님은 효율화 프로젝트를 하셨네요! 너무 멋진 프로젝트인걸요?"
그분의 이력서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Before
고객 상담 업무 (월 평균 200건 처리)
After
CS 응대 효율화 프로젝트
- 문의 1건당 평균 응대 시간 5분 이상 소요되는 부분을 문제로 인식
- 3개월간 케이스 분석하여 상위 20개 문의 유형 도출 → 유형별 답변 템플릿 제작
- Notion 기반 케이스별 대응 가이드 구축 및 AI agent를 활용해 FAQ 자동화 진행 → 응대 시간 5분 → 3분 단축
- 신입 CS 직원 온보딩 시 해당 자료 활용 → 교육 기간 2주 → 1주로 단축
자, 그럼 우리 오늘은 이력서를 다시 한 번 써내려 가 볼까요?
프로젝트 있는 이력서로 바꾸는 3단계
1단계: 당신이 한 일을 나열하지 말고, 문제를 찾으세요.
당신이 했던 일 중에 "이거 불편한데?"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2단계: 해결 방법을 쓰세요.
"불편해서 이렇게 바꿨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렇게 줄였다"
"실수가 많아서 이렇게 방지했다" 처럼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시도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3단계: 결과를 하나라도 찾으세요. 숫자가 제일 좋지만 없다면, 아래의 내용을 활용해서 결과를 도출하세요.
- 동료/상사의 피드백
- 재사용 여부 ("이후 신규 입사자 교육에 활용")
- 비교 ("이전보다 빨라졌다", "실수가 줄었다")
당신의 이력서에는 이미 충분한 이야기가 있어요.
이제 그걸 꺼내서 보여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