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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Sep 20. 2016

12. 직장인의 커뮤니케이션

직장의 선후배인 우리는 소통을 핑계로 어떤 가면을 쓰고 있을까?

긴 명절 연휴가 끝났다. 평소보다도 더 아쉬웠을 일요일을 보내고, 힘들게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그때.   직장 동료 중에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는가? 물론 사내 커플로 사귀는 사람은 예외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만나고 싶은 선후배나 친구가 있기 마련인데, 직장에서는 거의 드물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지내는 동료들인데, 껄끄러운 사이만 아니라도 다행일 것이다. 바꿔서 생각해 보면, 모두가 사람 사는 곳인데 왜 직장은 정을 붙이기가 힘들까? 내가 특별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어쩔 수 없이 다니는 표정들이기 때문이다. 아, 우리 팀장님은 연휴에 우리를 보고 싶으셨을까?


상사는 외롭다. 윗분에게 깨지고, 아래와도 어울리는 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현실은 내가 싫어하는 그 상사가 나와 친해지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상사가 되어 보고, 상사가 된 동기나 후배의 얘기를 듣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외로운 상사까지 내가 챙겨줘야 하나? 굳이 정 싫다면 친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별로 불편함이 없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 자르듯 깔끔하게 인간관계를 정리하기는 힘들다. 직장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는 곳이지만, 그 일을 사람들이 하기 때문이다. 가령, 상사가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생각해 보자. 조그만 실수라도 가차 없이 고과에 감점을 매길 것이다. 회사를 다닐 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상사마다 특유의 성격이 있겠지만, 대부분 일을 잘하는 후배를 좋아한다. 당연하지 않냐고? 한번 생각해 보자. 신입으로 들어오자마자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이 있을까?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나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일은 선배나 상사에게 배우고, 서로 협의하며 진행된다. 어느 시점부터 나에게 자율이 주어지기 시작하지만, 최종 결론은 상사에게 보고를 하면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단 한 방으로 깔끔하게 보고가 끝나는 경우는 없다. 경우에 따라 몇 번의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느끼게 되면, 아무래도 상사를 향한 발걸음이 줄어들게 된다. 상사와의 만남(이라고 쓰고 보고라 읽는다)이 자주 있어야 친해지게 마련이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pixabay

반대로 상사는 후배를 어떻게 생각할까? 포털 국어사전에는 상사의 반대말이 부하라고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하라는 단어가 불편하다. 군대 같은 느낌도 들고, 명령 한마디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강압적인 용어처럼 보인다. 많은 경우 상사들은 실제로 부하처럼 다룬다. 선배로써 자기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가 하면, 속마음과 다른 후배의 외부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평소 자기의 말을 무조건 찬성하니, 후배도 삼겹살집에서 회식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안다. 하지만, 상사보다 어려운 게 후배다. 솔직한 얘기를 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평소에 대화, 이메일, 메신저, 카톡 등 온갖 채널을 통해서 진심을 파악해야 한다.


결국 상사이건, 후배이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 솔직해져야 한다. 뵙기가 두려운 상사에게는 어떤 점이 껄끄러운지 말씀드리자. 사실 상사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료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다. 함께 이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부족한 내 능력을 알려주는 코치이다. 후배에게도 솔직하게 말하자. 사실 친해지고 싶다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려달라고.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얘기를 듣더라도 화내지 말자. 오히려 자네가 용기를 내어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자. 그 후에 왜 화가 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가능한 많은 사람의 조언을 받자. 내가 상사이고 선배일지라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나도 잘못할 수 있다.


직장에는 일만 있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과의 친목도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쉽게 다루기 어렵다. 일의 연장인가 논란이 많은 회식을 하는 이유이다. 먹고 마시자는 회식이 줄고 문화 행사가 늘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친밀함을 높이는 방법이다. 평소에 항상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나라면 어땠을 것 같은가? 상대방이 이해가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둘 중의 어느 쪽이라도 좋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솔직한 진심이다. 서로의 마음을 숨길수록 오해는 더 늘어나게 마련이다. 직장은 언제라도 서로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평생 지속하는 인연처럼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자. 이제는 각자의 부담스러운 가면을 벗고,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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