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자기계발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육아휴직'이란 말만 들어도 자유롭게 시간을 쓰며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하루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신생아 시기에는 밤낮이 없는 수유와 잠투정 때문에 밤새 몇 번이나 깨어야 했고, 소화시키기 어려워 매번 게워내는 아이 때문에 매일 안고 있었고, 피로는 점점 쌓여만 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육아의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아기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 하루는 아기의 필요를 채우는 데 온전히 소비되었다. 아기의 작은 미소와 성장에서 큰 기쁨을 느끼면서도, 문득 나 자신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은 커리어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내가 멈춰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을 할 때의 나는 분명 열정적이고 목표 지향적이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나는 어디로 간 걸까?'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육아와 자기계발이 서로 상충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이 어느 순간 찾아왔다. 육아라는 일 자체가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해석하고, 수유와 잠재우는 방법을 배우며, 매일매일 나도 엄마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내가 처음 엄마가 된 것처럼, 아기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니 서로 서툴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나도 육아에 조금씩 적응해갔다. 그 과정에서 나도 다시 배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작은 결심을 했다. 하루 중 단 3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했다. 육아 관련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아이가 자는 시간에 조금씩 읽어 나갔다. 하루의 피로 때문에 눈이 감기기도 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조금씩 욕심이 생겨 필사를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 읽어온 책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필사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올라갔다. 그리고좋은 기회로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생성형 AI에 관심이 생겼고,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며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이 내 머릿속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느낌이었다. 매일 조금씩 배워가는 기쁨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하지만 육아와 자기계발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9:00~18:00까지 실시간 강의를 들으면서 육아를 했다. 계획대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드물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내려놓기로 했다. 실시간 강의를 잠시 놓쳐도 괜찮고, 공부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육아와 자기계발을 병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균형의 중요성이다.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나와 아기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기의 웃음과 울음 속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고, 동시에 내가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아기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믿었다. 아기의 낮잠 시간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엄마, 더 성장한 내가 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다.
물론, 여전히 하루하루가 녹록하지 않다. 슬럼프도 찾아오고, 육아의 고단함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럴 때면 '내가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의 얼굴을 보면 다시 용기를 얻는다.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도 무엇이든 도전하고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나도 내 커리어와 꿈을 위해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
육아와 자기계발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보완하며 함께할 수 있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육아를 통해 얻는 깨달음은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내가 배우는 새로운 지식은 육아에 대한 시각을 넓혀준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이 여정은 쉽지 않지만, 나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이 조금은 더디더라도, 함께 성장하며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