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J가 가끔 우리를 모아놓고 머리 염색을 해줬던 이유는 옛날에 미용기술을 익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니까 언냐, 내가 그때 미용을 할라 캤다니까. 그래가 마네킹 머리도 안 샀나. 집에서 빠마 마는 것도 쫌 연습해볼라꼬. 근데 우리 아부지한테 딱 들키뿟네. 그래 아부지가 열 받아가 그 마네킹 대가리를 마당으로 던져뿌고 쌩 난리를 쳤다니까. 방구석에 기신 나온다고, 공부 안 하고 헛짓한다꼬. 아이고, 그때 울 아부지가 안 말렸으만 내 지금 강남서 김태희, 전지현 갸들 머리는 내가 싹 다 정리하고 안 있겠나. 아, 머리 얘기 카니까 생각나네.
고등학교 입학 전에 머리를 짜르고 오라 카는 거야. 귀 위 3센티라카데. 그래 미용실에 안 갔나.
이모, 귀 위 3센티로 짤라 주이소 캤더니 어? 귀 위가 아이고 귀 밑 3센티 아니가? 카는 거야.
아니예, 우리 학교는 귀 위 3센티가 규칙이라 카던데요.
고등학교 입학인데 규정은 잘 따르고 가야 안 되겠나. 내가 억수로 모범생이었데이. 그래가 나는 꼭 귀 위로 짜르고 갈라 캤지. 근데 미용실 이모가 자꾸 귀 위가 아니라고 이 동네 아들 죄다 귀 밑으로 짜르고 갔다고 잘 알아보라 카는 거야. 난 분명히 귀 위로 들었지. 그래 걍 짤라 달라 캤어. 그때 나는 학교가 우리 동네랑 쫌 떨어진 곳에 배정을 받아서 딱히 알아볼 친구도 없었는기라. 내가 귀 위 3센티로 계속 고집을 부리니까 미용실 이모가 그라믄 뒤통수 면도해야 된다 개안나? 카데. 그래라 캤지.
그래가 귀 위 3센티를 반듯하게 짜르고 뒤통수 반은 면도를 안 했나. 뭐, 그 꼬락서니로 잘릴 줄 내가 알았겠나.
학교에 가보니까 세상에 귀 위로 짜른 아는 내빠이 없드라. 하아~ 학교에서 내 이름은 몰라도 귀 위 3센티카믄 모르는 아들이 없었다니까. J가 누고? 왜 가 안 있나. 머리 면도 한 아.
3년 내내 내 별명이 그거였다. 귀 위 3센티.
내 진짜 그때 학을 띠가 내 몸에 털이 삐뚜루 난 게 있어도 면도는 않하잖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