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녀에게 고딩 놈 하나가 영어 과외를 하러 왔더란다.
그놈을 처음 본 날, 180이 훌쩍 넘는 훤칠한 키도 놀랍지만 , 그 어린것이 바바리코트를 입고 온 꼴이 더 놀랍더란다.
혹시 삼촌이 대신 온 건가 자꾸 의심이 들더라고.
그놈이 그러더란다.
"나는 연예인 아이린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은 아이린을 닮은 거 같아요. 난 목선이 예쁜 여자가 좋은데 선생님도 목선이 예쁘네요."
그때부터였다고, 이 어린 노무시키한테 마음이 꿀렁꿀렁 춤을 추게 되는 것이.
하필 반백년을 넘어가고 있는 이 나이에,
하필 이제는 노안이 와서 연애편지를 받아도 돋보기 없이 읽을 수도 없는 이 나이에.
하필 무릎이 시큰거려 걸레질도 서글픈 이 나이에.
그리고 진짜 왜 하필 저 어린것이 잔잔한 호수에 돌팔매질을 해대느냐고 그녀는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자기를 보았단다. 긴 머리에 하얀 피부, 군살 없는 몸매가 썩 괜찮았고, 무엇보다
마스크로 긴 얼굴과 각진 턱을 가리고 있으니 매우 기쁘더란다. 내가 오이 형인지 두부처럼 각이 졌는지 그놈은 평생 모르리.
그 어린놈만 생각하면 괜히 세상이 아름답고,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고 앵앵 대는 모기도 살 이유가 있을 거야.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 같더라나.
수업 날을 기다리며 작년에 큰맘 먹고 사서 아끼던 까만 원피스를 정성스레 다림질을 했더란다.
"여보, 이 원피스 나한테 잘 어울리지 않아? 누가 그러던데 내가 아이린을 닮았다네. 당신 보기엔 어때?"
등을 둥글게 말고 발톱 깎던 남편이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단다.
"나이 50이면 옛날에 고려장을 했어 이 사람아."
순간 그녀는 발톱 깎기로 저 인간의 주둥이를 확 깎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들더라며 그래도 같이 산 정으로 꾹 참고 넘어갔다고 부들거렸다.
그놈이 수업에 왔더란다.
괜히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와 미치겠더라고.
삐질거리며 새는 방귀라면 참아보기라도 하지 주책없이 삐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더란다.
그놈이 자기 얼굴을 빤히 보다가 물었다고 했다.
"선생님 마스크 좀 벗어보면 안돼요? 진짜 아이린 많이 닮았어요."
안된다고 단칼에 거절했단다.
그놈이 그러더란다.
"선생님 근데 얼굴이 오이 형이거나 각진 턱은 아니죠? 아우 젤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
오! 신이여!! 제발 코로나를 끝내지 마시길. 정부에서 마스크 해제라는 뉴스가 속보로 뜨는 날이 오지 않기를 부처님, 예수님, 알라신께 기도했다고 한다.
쉰 살 아줌마의 어이없는 꿀렁거림이 자기가 생각해도 주책맞지만 그래도 수 십 년 만에 가져보는 이 말랑말랑한 설렘이 그렇게 좋더라고. 그런데도 왜 하필 그 설렘이 어린 노무시키가 던지는 그 느끼한 말속에서 헤엄을 치는 거냐며 한 숨을 내뱉었다.
오메 오메!!!! 바람아 어여어여 멈추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