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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

글쓰는 마음

by 밝둡

푹 끓인 국밥을 좋아한다. 국밥을 좋아해서인지, 그 양은 매번 아쉬움을 남겼고, 받침그릇에 기대어 놓고 남겨진 밥 한 톨과 국물 한수저마저도 싹싹 긁어먹었다. 새빨간 김치가 놓여 있던 접시가 홍조를 띤 채 얌전히 웃는 동안, 밤은 깊어지고 밤이 만든 깊은 우물 안에 고민을 털어 넣을 수 있었다. 뽀얀 국물 안에서 찾은 나의 하루와 상관없는 깊은 맛은 새벽에 그런 식으로 활약을 한다.


입가에서 파냄새가 맴돈다.


글을 멈춘 지 시간이 흘렀다. 국밥을 상상했었다. 푹 끓이고 있는 나의 삶을 그렇게 기다려 보았다. 그 사이 얌전하지 못한 난 뚜껑을 살짝 열어 보았고, 곧 닫았다.


삶의 언저리에는 지친 그림자가 늦잠을 자기 시작한다.


글을 쓰는 건 재미가 있었다. 재미가 있었던 경험을 돌아보니 그것은 하지 않았던 것을 했던 즐거움이었다. 하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며 부서지는 나의 불안덩어리를 향한 통쾌함이었으며, 눌어붙은 감정덩어리를 말끔하게 떼어내는 청소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들에게 꽂혀서, 쓸고, 닦고, 갈아내고, 밀어내며, 안아주다 보니 삶의 실루엣이 몇 개 보였다.


마주 앉은 나를 향하여 대화를 한다.


글을 쓰며 느껴보지 못한 나의 품을 느꼈다. 내가 안은 나를 내 품에서 느껴본다. 나는 나를 위로하려 안아주고, 숨통을 터트릴 듯 깨뜨릴 듯 안아도 본다. 갈비뼈가 시린 건 내가 애처로워서였다.


아, 나는 소중하다.


남은 것들이 먼저 간 것들의 자리를 멍한 눈으로 쳐다볼 때, 나의 손 또한 허공을 매만졌다. 그것의 움직임이 남들에게 어설픈 춤으로 보였고, 버팀목을 들고 나르는 한 늙은 남자의 지친 어깨의 들썩임으로 장단을 일으켰는지, 내게는 점점 듣기 싫고, 뻔한 다정한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너무 고운 목소리들이어서, 고마움을 거짓말처럼 짓밟고 싶었고, 입술을 꼬매고 싶었다.


귓가에서 가물거리는 마음들이 떠돈다.


나의 마음 덩어리를 손에 바쳐든 나를 마주 하고, 난 나를 보고 대화한다.

묻고, 협박했던 나의 질문들이 나의 대답으로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물어본지도 모르게 날카로워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보이지 않는 나의 질문들을 들고, 난 길을 나선다. 횡단보도 맞은편의 목표물이 보이면, 길 중간에서 난 질문을 찔러 넣는다. 버스 창가에 기대어 있는 굵은 팔뚝에도 찔러 넣어보고, 아름다운 여성의 엉덩이에도 찌른다. 내 모든 삶에 대한, 아직 남아있는 의문들이 남아 있음을 안다. 당신들이 흠모하던 삶이 매일매일 살고 죽는다.


견디지 못해 쓴다.


그런 마음이 조금 든다.


쓰다 보면, 조금 더 알 수 있을까? 길이 내 앞에서 움직여줄까?


견디려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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