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종목 단체 간의 갈등에 대한 단상.
방수현 선수 이래 2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축제 분위기여야 할 배트민턴 계와 안세영 선수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협회의 지원이 선수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또는 개인 맞춤형(Customization)이 아니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과거부터 종목 불문하고 협회(연맹)이나 구단 같은 단체와 선수 개인 간의 갈등은 상존했습니다.
종목 단체는 '전체'의 힘을 빌어 유리한 후원 계약 등을 이끌어 낸 뒤 이를 '형평'의 잣대로 배분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집단의 논리로 일부 선수들의 희생을 요구하거나 또는 획득한 자원을 목적에 맞지 않게(그릇되게) 사용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선수는 '전체'가 아닌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춥니다. 평생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어떻게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 내 공익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슈는 프로스포츠 종목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과거 롯데자이언츠는 모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상당한 금액 규모의 물품을 후원받은 적이 있습니다. 주요 조건 중 하나는 1, 2군의 모든 선수들이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경기 중 착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일부 1군 선수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해당 제품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취향과 맞지 않아(not fit)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에 후원사와의 재협상을 통해 경기력에 영향을 줄만한 주요 품목을 후원 항목에서 배제했지만 그럼에도 불만은 종종 터져나왔고, 일부 선수들은 후원 계약 준수 사항을 어기는 행위(경쟁 브랜드 용품 착용)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니 이들 중 일부가 이미 개인 자격으로 타 스포츠 브랜드와 용품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더군요.
(*물론 이것이 일부 선수들이 자행한 일탈 행위의 직접적인 이유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의 주장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경기력은 선수의 수입(연봉)과 직결되는 것이고, 선수들은 이를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쟁 관계라고 한들) 2군에서 뛰고 있는 후배 선수들의 여건을 생각한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양보와 타협에 나서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니까요.
한국핸드볼연맹 재직 시 경험했던 리그 프로화에 대한 연맹과 일부 구단과의 갈등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맹은 핸드볼 생태계 전체의 이익을 우선 시 하고, 구단은 스스로의 이익을 우선 시 합니다.
과연, 무엇이 최선일까요?
모쪼록 확인과 균형(Check & Balance)을 견지하며 모두의 이해(利害)가 잘 수용, 조정되길 바랍니다.
이 세상 모두가 100% 만족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협회와 선수 모두 내 목소리만 드높이기 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서 상대방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내게 보다 큰 이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포비즈가이드 김경민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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