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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Feb 07. 2023

로마는 로마다!

이탈리아 베낭여행기1

이탈리아 베낭여행기

50대 중반의 나이에 홀로 찾아온 로마!

와~~~ 로마다!!!

이런 환희와 함께 덩실거리며 로마공항에 도착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저 피곤함이었다. 무려 13시간을 비행해 저녁 7시 30분 즈음 로마에 도착한 나는 이미 너무 피곤할대로 피곤해 있었다. 그저 멍~한 정신으로 사람들을 따라 입국장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생각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공항은 작았고 입국 수속도 다행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말로 로마공항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이탈리아는 입국수속에 특혜를 주는 몇 개 국가 중의 하나로 한국이 포함돼 있어 빠른 입국이 가능하다고 어딘가에 쓰여있었는데 정말로 그랬다. 내국인처럼 셀프 체크인을 간단히 하고 공항직원과 마주하는 대면수속 절차는 단지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그렇게 빠르게 입국수속을 마치고 내 캐리어를 찾아서 밖으로 나오는데 약 30분 정도 걸린 듯했다.      


밤이라 아무래도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신이 없어 택시를 타고 가기로 계획했었기에 택시 표시를 따라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 검색한 바로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50유로의 규정가가 책정돼 있다고 했다. 따라서 택시 미터기대로 요금을 받겠다는 운전기사는 바가지를 씌울 확률이 높다고... 공항에서 로마 관광 중심지인 떼르미니역 주변까지 30분 정도면 갈수 있는데 천천히 돌고 돌아서 요금이 많이 나오게 할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금도 요금이지만 밤중에 홀로 이탈리아 운전기사와 낯선 곳을 빙빙 돈다는 것은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가!

      

일찍 나온 덕분에 1등으로 택시 승강장에 도착하니 대기하는 택시도 별로 없이 저만치 한 대가 서 있었다. 왠지 운전기사 같지 않아 보이는 인상의 아프리카풍 남자가 다가와서 ‘택시?’ 하더니 내 캐리어를 끌고 저쪽 정차해 있던 한 택시로 갔다. 피곤한 와중에도 택시비 생각이 났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50유로 맞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짧은 영어로 택시 미터기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 캐리어를 다시 뺏었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사기성 바가지를 당할 뻔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혹시 50유로 규정가 택시 승강장이 따로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다른 택시 승강장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그곳이 맞다고 하여 다시 돌아가보니 그새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있었고 택시 역시 여러대가 어느새 대기하고 있었다. 관찰해보니 앞서 모든 관광객들이 50유로 맞냐고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한 듯 택시에 순서대로 올라타곤 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젊은 택시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익숙하게 내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었다. 왠지 물어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남들처럼 택시에 탔고 예상대로 30분을 달린후 호텔 앞에서 무사히 내렸다. 그렇게 무사히 50유로를 내고 예약해두었던 로마 떼르미니역 300미터 거리에 있는 오래된 호텔에 들어올수 있었다.  

    

로마 떼르미니역 새벽 전경


사실 택시를 타고 오며 떼르미니역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택시 타고 온 것을 후회했다. 밤 9시경 역 주변은 가게마다 밝힌 네온사인들로 인해 밝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대도시의 모습이어서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순간 공항 지하에서 출발하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올걸 하고 후회했다. 그 고속열차는 30분도 채 안걸리는데다 12유로면 탈수 있었기 때문이다. 떼르미니역에서 호텔까지 약 300~400미터를 걸어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혼자 밤에 걸어가는게 걱정돼 고민 고민하다 택시를 결정한 건데, 전혀 그럴 필요 없었던 것이다. 로마 떼르미니역 주변은 밤늦게까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섞여서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호텔은 역시나 작고 낡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호텔을 찾다 보니 위치를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시설을 포기했었다. 로마는 법으로 건물외관을 함부로 고치지 못하게 하고 있어 로마시내 건물들은 모두 오래된 낡은 유럽풍 건물들이다. 4성급 이상이어야 그나마 괜찮을 듯싶은데 로마 유적지 주변, 그리고 떼르미니역 주변의 4성급 이상 호텔은 정말 비싸다.     

 

여행을 계획할 때 미리 검색해본 결과 나같은 뚜벅이 여행자들은 도시의 메인역 주변에 잡아야 여러모로 좋다. 이탈리아는 대도시 역 주변이 대부분 관광지 근처인데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호텔에 맡길수 있고 다음 도시를 이동할 때도 캐리어를 끌고 바로 역으로 걸어올수 있으니 메인 역 주변 호텔에 머무는게 국룰인 듯했다. 혼자서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하는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대도시는 모두 메인 역 주변 호텔로 잡았고 소도시는 관광지 접근성과 풍경 전망을 위주로 예약을 했다. 로마는 떼르미니역이 그곳인데 떼르미니역 주변엔 그래서인지 호텔이 많았다. 다만 맥도널드 근처 골목 부근은 홈리스들이나 소매치기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어떤 친절한 유튜버가 알려주어 부킹앱을 통해 호텔의 일반적인 사항을 체크하면서 동시에 컴퓨터로는 구글 어스를 키고 그쪽이 아닌지, 우범지대로 보이지는 않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예약을 확정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떼르미니역 주변은 정말 관광하기에 좋은 위치였다. 왠만한 로마 버스노선은 떼르미니역 광장에서 모두 출발했고 첫날 타려고 마음 먹었던 시티투어 버스도 역 앞에서 출발했기에 여러모로 관광하기 좋았다. 혼자서 먹을 것을 해결하는데도 좋았다. 처음 이틀간은 아무래도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기 꺼려졌는데, 역내 2층에 있는 푸드코트 비슷한 카페들에서 편하게 사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유럽여행의 가장 큰 발견 중의 하나였던 중국식당들이 떼르미니역 근처에 여러개 포진해 있어서 중국식당에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어서도 좋았다.       


그렇게 피곤하고 다소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상태로 밤 9시경에 호텔 룸으로 들어왔다. 장장 한달간의 이탈리아여행이 시작되는 첫날 밤을 자축하고 잠들고 싶어졌다. 사실 맥주가 땡긴건데 밤에 시차적응에도 도움받을겸 자축도 할 겸 겸사 맥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호텔프론트 직원에게 지금 맥주를 사러 나갈려고 하는데 이 주변 위험하지는 않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눈을 크게 뜨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뭐가 위험하겠냐고 걱정말라’고 했다. 호텔 주변엔 마치 우리의 예전 동네모습처럼 작은 구멍가게들이 많았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이탈리아 대표 맥주 중 하나라는 페로니 2병과 물 한병, 샐러드 한 개를 사들고 와서 먹으면서 탭북을 켰다. 다음날 어디를 갈까를 계획해야 했기에 가져온 탭북을 인터넷에 연결해 유튜브로 로마관광 꿀팁 영상 등을 검색하면서 다음날 여행계획을 세웠다. 그게 여행내내 내가 호텔에 들어와서 밤마다 한 일이다. 다음날 여행계획도 세워야 하고 긴긴 밤 좁은 호텔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것도 무료하고 심심해서 겸사 맥주 마시며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하며 내일 여행루트 짜는게 일상이었다. 


혼자서 여러 도시를 다니는 장기 여행을 계획하자니 3주간 열심히 알아보고 준비한다고 해도 대략적인 도시 여행루트 정도만 계획될수 있지 구체적인 여행지는 미리 세울 수는 없었다. 특히 소도시도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데 그 소도시들에 대한 정보는 다소 제한적이어서 미리 구체적으로 세울 수도 없었다. 관광지 접근성 좋고 안전한 호텔을 어떻게 잡고, 어떤 교통수단을 통해 그 도시에 가서 호텔로 안착해야 하는지 정도를 계획하고 떠나왔다. 해서 여행하는 동안 매일 밤 호텔에서 다음날 갈 도시를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통해 검색하고 다음날에 그것을 바로 실행하는 식으로 다녔다. 한달 있는 동안 이탈리아의 호텔에서 유튜브영상을 보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무료로 제공해주는 와이파이는 끊기지 않고 잘 나왔다.

      

로마에는 3일 동안 묵을 것이다. 이제 잠을 자고 내일부터는 홀가분하게 허리복대와 작은 핸드백만을 둘러매고 로마의 거리를 철학자처럼 걸을 것이다. 여독과 술기운이 겹치면서 스르르 잠에 들었다. 그렇게 로마에서의 짧은 첫날 밤이 저물어갔다. 


로마 떼르미니역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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